“잘 듣는다는 것은 말을 하는 사람과 그 말을 살리는 일인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아이들의 말을 들을 때 기쁨이 커요.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에는 이처럼 기쁨이 되고 아름다움이 되는 가치들을 찾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신현이 작가는 자신의 세 번째 작품인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로 제24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신 작가는 이런저런 이유로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마음 속에 담지 않았던 누군가의 말이 주는 기쁨을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어느 봄날 초등학교 근처를 지나고 있었어요. 좁은 길에서 마주친 두 여자아이가 ‘1학년 때는 낱말 받아쓰기를 했잖아, 2학년이 되어서 문장 받아쓰기를 하니까 너무 재미있어’라며 서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죠. 스치듯 들린 말이었지만 하룻밤을 자고 났는데도 아이에게서 전달받은 기쁨이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기쁨이 사라지기 전에 두 아이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죠.”
신 작가가 만난 두 여자아이는 나영이와 보경이로 작품에서 살아났다. 집에서 큰소리가 나는 것에 예민한 엄마 때문에 늘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하는 나영이, 자신의 대답을 기다려주지 않고 앞서서 말을 하는 엄마 때문에 입을 닫아버린 보경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곳이 없어 외로워하던 두 아이는 홍자 선생님의 잉어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홍자 선생님은 말을 잘 들어주고 다정한 분이죠. 그래서 나영이와 보경이가 잘 따랐고, 홍자 선생님이 키우는 잉어를 만나게 돼요. 잉어를 통해 아름다움의 가치를 알게 된 두 아이는 엄마에 대한 다정한 마음을 찾게 됩니다.”
홍자 선생님이 가진 세 번째 귀도 아름다움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장치로 작품에서 작용한다. “홍자 선생님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죠. 소리가 없을 때도 들을 수 있는, 잘 듣는 마음 같은 것을 세 번째 귀라고 설정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표정이나 눈빛으로 남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는 분들을 생각했죠. 다른 사람의 심정을 잘 헤아리고 말없이 도와주는 정서를 다시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세 번째 귀를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한국가톨릭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를 “생명에 대한 연민과 외경을 조그만 구체성을 통해 실감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아름다움을 실감하기 위해 잉어를 보러오고, 꿈속에서도 잉어의 아름다움을 떠올리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아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끈다”고 덧붙였다.
신 작가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정해놓고 책을 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변주되는 메시지를 형성해 낼 수 있는 작품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다만 “문장을 선택하고 방향을 잡을 때 ‘바르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보경이가 잉어를 만난 뒤 엄마에 대한 다정한 마음이 생기면서 아름다움의 가치를 찾게 된 것도 그런 의도를 담은 것이다.
작품을 쓰는 내내 잃어버린 아이의 마음을 찾고자 노력했다는 신 작가. “이 작품은 저를 원초적인 생명력으로 충만한 아이의 세계로 접촉을 가능하게 해줬다”고 밝힌 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감정의 순도가 높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른 살에 문학의 길에 들어선 뒤 20여년 만에 신인작가 타이틀을 얻은 신 작가는 자신의 생활과 작품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에 대한 기쁨을 소감으로 전했다.
“사람들에게 저의 아주 작은 일부는 받아들여지고 공감을 얻어야 작가일 수 있잖아요. 그 작은 일부가 생긴 것 같아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