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첫 피아노 솔로 음반 ‘아리랑 변주곡’ 발표한 피아니스트 바하랑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1-03-30 수정일 2021-03-30 발행일 2021-04-04 제 323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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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접목으로 새로운 도전… “진짜 음악을 느꼈다”
김성필과 에드윈 킴으로 국내외·교회서 다양한 활동
스승 임동창 지어준 예명으로 새 지평 열어갈 의지 드러내
‘아리랑’ 모티브의 이번 앨범 다채로운 음악 담아 대중적

피아니스트 바하랑이 3월 26일 갤러리 KUZO에서 열린 첫 피아노 솔로 앨범 ‘아리랑 변주곡’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마친 후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찬양하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바하랑이 가장 한국적인 음악 ‘아리랑’으로 새로운 음악 세계를 펼친다.

바하랑은 3월 26일 서울 성수동 갤러리 KUZO에서 첫 피아노 솔로 앨범 ‘아리랑 변주곡’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재능만큼이나 많은 이름들을 가졌다. 본명 김성필(바실리오)과 영어 이름 에드윈 킴으로 국내외를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벌인 그는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 ‘풍류 아티스트’ 임동창으로부터 ‘바하랑’이라는 예명을 받고 앞으로 이 이름으로 활동한다. 과거를 뒤로 하고, 앞으로 새로운 지평을 넓혀가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바하랑이란 바름을 마음의 중심에 두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랑(싱그러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보통 클래식 연주가들이 유명 작곡가의 잘 알려진 곡으로 첫 앨범을 만드는 데에 반해 바하랑이 ‘아리랑 변주곡’을 선택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임동창은 바하랑의 어린 시절 스승이다. 바하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예원학교 입시를 앞두고 임씨를 찾아갔다. 연주를 들은 임씨는 “지금 연주한 것처럼 치면 넌 예원학교 못 간다”면서 “하지만 네 안에 있는 ‘진짜’ 실력으로 치면 가고도 남는다”라며 제자로 받아주었다. 줄리아드 예비학교를 준비할 때엔 아예 임씨의 집에서 3개월간 머물며 레슨을 받기도 했다.

임씨는 “네가 존재감을 드러낼 때엔 ‘한국 놈’이라는 게 최대의 장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피아노뿐만 아니라 장구도 가르치고 함께 문화 유적지도 다녔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바하랑은 줄리아드 예비학교를 거쳐 존스홉킨스대학 소속 피바디 음악원에서 학·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호주 국제 쇼팽피아노콩쿠르,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등 많은 수상 경력을 갖고 있으며, 미국 케네디 센터,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정상급 무대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미국으로 가면서 연락이 끊겼던 바하랑은 2015년 다시 임씨를 찾았다. 연주자로서 위상을 정립했기에 이제는 임씨의 음악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였다. 전통 정악에 뿌리를 둔 임씨의 음악 ‘허튼가락’ 연구로 박사논문을 쓰고, 연주할 곡을 달라고 졸랐다. 이에 임씨는 12년 전 만들었지만 아직도 미완성인 ‘아리랑 변주곡’ 악보를 건네주었다.

바하랑은 스스로를 “정말 완벽주의자로, 인정받기 위해 독하게 노력했다”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었는데, 클래식을 많이 알아가고 공부할수록 답답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의 숨통을 트이게 한 것은 국악에 바탕을 둔 스승 임씨의 음악이었다.

‘아리랑 변주곡’ 연주에 대한 임씨의 충고는 단 하나, “흥만 타고 가라”였다.

아리랑을 모티브로 한 7곡을 모은 ‘아리랑 변주곡’은 국악은 물론 클래식, 재즈 등 다채로운 음악을 담고 있어 누구나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곡이다.

클래식 연주자로서의 틀을 깨고 진짜 음악을 느끼고 표현하는 법을 배운 바하랑은 “음악 그 자체가 너무 좋다. 음악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고백한다.

2013년 생활성가 앨범을 발매한 후 가수, 교회 음악 작곡가로도 활약한 그는 당분간 국내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국내에 머무는 동안 교회 내에서도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