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일기 형식으로 써 내려간 이 책은, 저자에게 ‘하느님 현존의 표지, 곧 성사의 의미’로 다가왔던 경험(사건)과 기억을 통해 삶의 위로와 힘을 얻었던 생생한 체험담이다. 하루키처럼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소소해 보이는 일상’을 자신만의 섬세하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저자의 감성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홀리 힐에 있는 열네 채의 은둔소 가운데 하나인 ‘성 아녜스의 집’에 머문 시간은 저자가 어떻게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창조주의 위대함을 찬미하며 보냈는지 엿볼 수 있게 한다. ‘저마다 독립된 자신의 은둔소에 머물며 침묵과 벗하고 고독(solitude)한 가운데 하느님과 대면하는 생활’은 ‘빛나는 소박함’이라는 삶의 정수에 가닿게 해 준다. 이 때문에 이 책에서는 ‘하느님이 빚어낸 대자연 안에서 그분의 자취를 발견하고, 그분의 현존을 체득할 줄 아는 감수성’ 곧 ‘신앙감각’(sensus fidei)을 느끼는 기쁨이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져 온다.
저자가 직접 찍은 27장의 사진도 곁들여 한층 가슴 시원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