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는 국내외, 교회 안팎을 막론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사가 중단됐고, 신앙생활에 타격을 입었다. 교회는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비대면 사회에서 요구되는 사목적 대안 마련에 고심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에 따라 교회와 생명운동 단체들은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관련법 제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그리고 인류를 위협하는 감염병 현상 속에서 교회는 이제 시대의 징표를 파악하고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순교 영성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는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개막하고 쇄신을 위한 각오를 다졌다.

■ 코로나19, 전례·성사생활 중단

2월부터 본격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위기 상황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회사목과 신앙생활 역시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종교 활동이 감염의 빌미가 된 가운데, 천주교회 역시 여러 차례에 걸쳐 미사와 성당 내 모든 종교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교회는 정부와 방역 당국의 방역 지침에 철저하게 따르고 감염 예방에 만전을 기했다.

전례와 성사생활 중단이 미친 영향은 광범위했다. 신자들은 미사 참례와 고해성사를 할 수 없었고, 단체 활동과 기도 모임도 중단됐으며 최소한의 친교도 나누기 힘들었다. 초유의 경험에 사목자와 신자들이 모두 당황스러웠고, 신앙생활 자체가 단절됐다고 느꼈다.

더욱이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감염증 재확산이 이어지면서 성당 공간과 성사 현장에서 멀어진 일부 신자들 중에는 신앙생활 자체에 대한 열의를 잃어버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 비대면 사회의 사목적 대안 모색

전례와 성사생활이 극도로 위축되고 신자들이 종교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사목자들은 전화와 문자, 각종 SNS 수단들을 동원해서 사목을 위한 소통과 친교의 새로운 방법들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언택트(Untact, 비접촉) 사회 속에서 온택트(Ontact, 접촉) 수단들을 찾아 활용하면서 소통하고 친교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

교회는 뼈아픈 경험 속에서 소통과 친교, 나눔의 다양한 대체 수단들을 찾아가는 동시에 비대면 사회에서 요구되는 근본적인 사목적 대안 마련에 고심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설문조사들이 실시되고 포럼과 심포지엄들이 속속 마련됐다.

평신도 신학연구소인 우리신학연구소가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이어 의정부교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신자 의식 조사를 실시했고, 서울대교구 사목국도 7월 코로나19와 신앙생활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이러한 사목적 고민들은,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이전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전제로, 뉴 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일상’이 된 감염증과 비대면 사회에 적응하고 그 변화에 걸맞는 대안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여전히 팬데믹 상황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이러한 고민과 대안 모색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생명,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은 교회와 시민사회 생명운동에 큰 걸림돌이 됐다. 주교단은 지속적으로 인간생명 수호와 낙태 반대 입장을 재천명했다. 주교단은 지난 8월 법무부가 양성평등정책위원회 권고안을 바탕으로 낙태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성명을 발표해 정부의 낙태죄 폐지 방향을 강력 반대했다.

이 성명서에서 주교단은 정부에 태아 생명권 보호를 촉구하는 동시에, 여성이 안심하고 임신 및 출산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 활동, 낙태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상담 지원, 환자와 의사의 낙태 거부 권리 인정 등에 노력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교회는 낙태죄 폐지 반대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혼부모를 지원하기 위한 단체를 교회 내에서 최초로 발족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4월 2일 미혼부모기금위원회 출범을 공식 승인하고 미혼부모 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도록 했다.

■ 주교 선종과 새 교구장·보좌주교 임명

춘천교구 제6대 교구장을 지낸 장익 주교가 지난 8월 5일 향년 87세로 선종했다. 1963년 사제품을 받은 고(故) 장 주교는 1994년 춘천교구 첫 한국인 교구장이자 제6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후 15년 동안 헌신하다가 2010년 은퇴했다. 대전교구 제3대 교구장을 지낸 경갑룡 주교는 12월 16일 향년 91세로 선종했다. 경 주교는 1962년 사제품을, 1977년 주교품을 받았으며 1984~2005년 대전교구장으로 봉직했다.

제주교구에서는 교구장 강우일 주교 퇴임에 따라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가 11월 22일 제주 이시돌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거행된 착좌미사를 통해 제주교구를 이끌 제5대 교구장으로 착좌했다.

춘천교구에서는 최초로 교구 출신 교구장 주교가 탄생했다. 교육국장과 사목국장 등 교구 행정과 본당 사목을 두루 경험한 김주영 주교는 “하느님 백성 모두를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하고, 교구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교구에서는 두 번째 보좌주교로 한정현 주교가 임명됐다. 한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의전을 총괄했으며, 교구 시노드 사무국장으로서 교구 미래를 열어갈 시노드 과정을 총괄 진행한 바 있다.

■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개막

첫 한국인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1821~1846)의 순교 영성과 인간 존중 사상을 기리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이 11월 29일 전국에서 공식 개막됐다. 한국교회는 이날부터 2021년 11월 27일(대림 제1주일 전날)까지 1년을 희년으로 지낸다.

희년 공식 개막미사는 11월 29일 낮 12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주례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등 한국교회 주교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됐다.

이용훈 주교는 개막미사 강론을 통해 “희년 주제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는 우리 신앙인 모두에게 던지는 물음”이라며 “신앙 선조들은 차별이 엄격하던 신분사회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평등사상을 실천함으로써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세우고 복음을 전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번 희년은 한국교회만의 축제를 넘어 보편교회의 공감 속에 진행된다. 특히 성 김대건 신부는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인물로 선정돼 보편 인류 속에서도 김대건 신부의 삶과 정신이 인정받고 알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희년을 마무리하는 폐막미사는 2021년 11월 27일 교구별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