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톨릭 청년 창작생활성가 그룹 ‘위로 프로젝트’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12-21 수정일 2020-12-22 발행일 2020-12-25 제 3225호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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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신앙의 기쁨 함께 누려요”… 지친 마음에 위로와 희망 선사
첫 곡 ‘우리 다시’ 발표
코로나19로 지친 신자들 위해 청년 예술가들 마음 모아 결성
하느님께 받은 탈렌트 나눠

코로나19로 지친 신자들을 위한 노래 ‘우리 다시’를 녹음하고 있는 위로 프로젝트 멤버들.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변예진, 보컬 조준, 첼리스트 변새봄, 작곡가 강대명. 위로 프로젝트 제공

올 한 해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많은 것을 잃었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미사가 중단되기도 했고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도 힘겹게 이어가야 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무기력하고 상처 입은 이들을 위로하는 신곡이 나왔다. 가톨릭 청년 창작생활성가 그룹 ‘위로 프로젝트’(지도 정성원 신부, 이하 위로프)는 코로나19로 지친 신자들을 위해 12월 14일 첫 곡 ‘우리 다시’를 발표했다. 신곡 소개와 함께 위로프 멤버들이 지친 마음을 위로할 때 듣는 노래를 소개한다.

위로 프로젝트의 첫 곡 ‘우리 다시’ 앨범.

“늦어도 내가 기다릴 테니~ 내게 웃으며 다가와 주겠니?”

‘우리 다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맞는 따뜻한 연말을 응원하는 성가다. 작곡가 강대명(바오로·클래시컬 크로스오버 그룹 ‘Layers’(레이어스) 멤버)은 팬데믹 이후 신앙생활에는 잠시 제동이 걸렸지만, 하느님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다시 신앙생활하기를 기다리는 희망과 설렘을 곡으로 표현했다. 곡은 주요 음원사이트와 위로프 인스타그램(@weroadprj)에서 들을 수 있다.

곡을 발표한 ‘위로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속에 청년 예술가들이 피워낸 그룹이다. 국립국악중·고등학교에서 가야금을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강대명이 음악감독으로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또 청년 신자들 중에 클래식 전공자들이 하느님께 받은 탈렌트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뭉쳤다.

이번 곡 작업에는 스위스 바젤 국립음악대학교 등에서 수학하고 현재 솔리드챔버앙상블과 트리오 아티스트리 멤버로 나란히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변예진(율리아나), 첼리스트 변새봄(비비안나) 자매가 참여했다. 노래는 서울대학교 성악과 출신 오페라싱어 겸 뮤지컬배우 조준(스테파노)이 맡았다.

강대명은 “팬데믹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지금은 비록 힘들지만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지쳐 있을 때 이 곡을 들으며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위로와 감사한 마음을 신자들에게 돌려드리고 싶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면서 “작업하면서 멤버들과도 이런 마음이 잘 통했다”고 덧붙였다.

정성원 신부(서울 신월동본당 부주임)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위로가 위로프를 통해 모든 신자들께 전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격려했다.

한편 위로프는 내년 상반기에는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할 수 있는 성가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청년의 시각에서 바라본 성 김대건 신부 삶을 캐주얼하게 국악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 지친 마음 위로할 땐 이 음악!

■ 바이올리니스트 변예진(율리아나) 추천곡

- 너는 내 것이라(작곡 신상우)

- 바흐의 칸타타 ‘하느님의 시간이 최상의 시간’

-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

해외에서 긴 유학생활을 하며 행복한 일도 많았지만 포기하고 싶었던 힘든 순간도 여러 번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성가 ‘너는 내 것이라’의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구원하였고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내 것이라”는 가사와 멜로디가 큰 위로가 됐다. 요즘도 미사 때 가끔 연주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큰 힘이 되는 성가 중 한 곡이다.

‘하느님의 시간이 최상의 시간’은 2019년 바오로딸 출판사에서 발매한 음반 ‘Pacem’(평화)의 녹음을 위해 만나게 됐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세상 모든 고민과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마지막 곡은 가끔 우울하거나 외로울 때 저를 위로해 주는 명곡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정말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마법이 일어나는 듯하다.

■ 첼리스트 변새봄(비비안나) 추천곡

- 슈만의 ‘어린이 정경’ 중 7번 ‘트로이 메라이’

-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3악장

- 칼 젠킨스 ‘베네딕투스’

혼자였던 스위스 유학생활은 외롭고 불안하고 힘든 시간이 많았다.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많이 울기도 했는데, 너무 견디기 힘든 날이면 바젤 라인강가에 가서 산책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슈만의 음악을 들었는데 한결 마음이 진정됐던 기억이 난다.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3악장은 러시아 유학 시절에 가장 즐겨 듣던 음악이다. 그 시절에는 막연히 좋아서 들었는데, 지금은 학창시절의 추억이 담긴 곡이라 그런지 이 곡에서 위로를 받는다. 머리가 멍해지고 울적하고 힘들 때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칼 젠킨스의 곡은 얼마 전 공연에서 연주하며 알게 된 미사곡이다. 첫 소절을 듣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진다. 선율이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신비로워서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보컬 조준(스테파노) 추천곡

- 고성현 ‘시간에 기대어’

-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따라

- 데이비드 펠프스 ‘더 이상의 어둠은 없고’

바리톤 고성현 선생님의 가곡 ‘시간에 기대어’는 가사가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다. 한편으로는 쓸쓸하기도 한데 듣고 있으면 위로가 된다. 선생님의 따뜻하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와 서정적인 가사가 만나 감동이 배로 다가온다. 특히 “너와 난 외로운 사람, 나약한 사람”이라는 가사가 많이 와닿는다.

두 번째 곡은 20살 본당 성가대 활동을 하며 아카펠라로 부르던 노래다. 여러 사람들이 4성부 화음으로 부르던 곡인데,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부를 때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언제 들어도 20살 재수하면서 힘들었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웃음) 그런 위로가 그리워질 때도 있다.

마지막 곡은 가톨릭 성가는 아니지만 노래 후반부의 고음을 들으면 가슴이 뚫리고 가사에는 주님을 향한 믿음이 드러나 위로가 되는 곡이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