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말씀묵상]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김창선(요한 세례자) 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
입력일 2020-12-15 수정일 2020-12-16 발행일 2020-12-20 제 3224호 1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대림 제4주일

제1독서(2사무 7,1-5.8ㄷ-12.14ㄱ.16) 제2독서(로마 16,25-27) 복음(로마 16,25-27)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신앙의 모범이자 창조주의 어머니
성령의 힘은 창조와 생명의 근원
옛 계약 속 강생의 신비 기리며 성모 공경 기도 바치고 묵상하길

대림 촛불을 모두 밝히고 기쁜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 제4주일입니다. 옛 계약에 숨겨져 있는 주님 강생의 신비가 드러납니다. 동정 마리아는 ‘성령의 힘’으로 구세주의 탄생과 하느님 나라의 시작에 중심인물입니다.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을 새롭게 하고 믿음 안에서 주님 말씀을 경청하고 받아들여 저희에게 이루어지기를 갈망합니다.

사제, 판관, 예언자인 사무엘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하나로 통일한 왕정제도를 이룹니다. 자애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양치기하던 다윗을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으로 세우십니다. 주님께서는 나탄의 예언을 통해 다윗 가문의 후손을 영원한 주님 나라와 왕좌에 세워 구원하실 계획을 밝히십니다. 주님과 메시아와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입니다(제1독서).

하느님께서 오랜 세월 감추어두신 신비는 예언서의 글과 사도 바오로의 복음 선포로 밝혀집니다(제2독서). 율법을 완성하러 오신 주님(마태 5,17)은 모든 민족을 믿음과 순종으로 이끄십니다. 성령께서는 내적인 힘과 용기를 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와 일치를 이루어 영원토록 하느님께 영광을 드립니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를 나자렛 시골 마을에 소박한 처녀 마리아 방에 보내시어 강생의 신비를 알립니다. 주님의 총애를 받은 마리아의 모태에서 성령의 힘으로 신성이 충만한 성자가 인성을 취합니다. 이 소식에 놀란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에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천사의 설명을 듣고 부르심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응답합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Fiat, 루카 1,38).”

천사는 마리아에게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는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다윗의 후손인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의 잉태는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양가가 깜짝 놀랄 가족 사건이기에 몹시 놀라 곰곰이 생각합니다. 천사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마리아를 안심시킵니다. 이제 잉태하여 낳을 아드님은 영원한 하느님의 나라를 다스릴 다윗의 왕좌인 메시아임을 밝힙니다.

성자의 모태로 삼으려고 선택받은 마리아는 원죄로부터 보호되었습니다. 참된 빛이신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함께 계십니다. 교황 비오 9세께서는 이 신앙의 진리(창세 3,15; 루카 1,28)를 교의로 선포(1854.12.8.)하십니다. 기적의 메달(1830, 파리)과 루르드에 성모 발현(1858)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분’입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라는 마리아의 질문에, 천사는 성령의 힘이 작용하여 순결과 정결을 지킨 마리아의 수태를 예고합니다. 꿈에 주님의 천사를 만난 요셉은 성령의 힘으로 마리아가 잉태한 아들은 임마누엘 주님(마태 1,23; 이사 7,14)임을 알고 양부가 되어 성가정을 이룹니다.

천사는 한 처음에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음(루카 1,37)”을 상기시킵니다. 하느님의 영이 심연의 물 위를 감도는 형상(창세 1,2)에서 보듯이 성령의 힘은 하느님의 창조와 생명의 근원입니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수태고지’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의 친척으로 아이를 못 낳고 나이든 엘리사벳이 주님의 자비를 입어 세례자 요한을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음을 알립니다. 아인 카렘을 방문한 마리아에게 엘리사벳은 태중에 충만한 성령의 힘을 입어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에 아기도 복되십니다.”라고 축하 인사를 합니다. 마리아는 기쁜 마음으로 구세주 하느님의 은총에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마리아의 노래’를 부릅니다(루카 1,39 이하).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시며, 모태는 신성과 인성을 겸비한 성자의 성전입니다. 자신을 비우고 종의 모습을 취한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강생의 신비에 봉헌한 ‘창조주의 어머니’(창세 3,20)십니다.

성모 마리아는 임마누엘 주님과 함께하신 신앙의 모범이십니다. 성령의 힘으로 태어나는 하느님의 자녀는 인간적인 혈통, 육욕, 남자의 욕망에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요한 1,13). 아담의 후손인 인류는 원죄에 물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 안에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우리의 삶이 하느님께 ‘예’가 되게 하소서.”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주님 말씀을 믿고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기도를 바칩니다. ‘주님의 기도’로 아버지의 영광과 우리의 소망을 청합니다. ‘성모송’으로 찬미와 중재를 원하고, ‘묵주기도’로 마리아와 함께 복음 전체의 요약인 성자의 탄생과 복음 선포, 주님 수난과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신비를 묵상합니다. 하루에 세 번 ‘삼종기도’로 강생의 신비를 기립니다.

말씀 안에 계시는 ‘천주의 성모님’에 대한 신심 없이 아버지께로 가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 14,6)이신 구세주 그리스도를 따를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어머니’, ‘은총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요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을 사랑합니다. 삼위일체의 삶으로 친교와 일치를 이루는 기도에 ‘아멘’으로 응답합니다.

김창선(요한 세례자) 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