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묵상글 「말씀의 우물터」 펴낸 마산교구 강윤철 신부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20-12-15 수정일 2020-12-16 발행일 2020-12-20 제 3224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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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신자들 위해 남기는 은퇴사제의 선물
335쪽/1만5000원/생활성서
첫 본당서부터 40여 년 동안 빠짐없이 모은 강론 원고 중
7가지 주제별로 7개씩 선별
신자들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씀 풀이와 묵상 도구 되길

“교우들이 말씀을 묵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를 하나라도 더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강윤철 신부.

1979년이니 벌써 40년을 넘어섰다. 사제품을 받고 첫 본당에서 했던 강론. 손으로 쓰고 다시 줄을 긋고 수정하기를 몇 번. 고민고민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은 원고들을 다시 펼쳤다. 지난 40여 년간 매주, 거의 매일 해온 강론 원고들은 모두 간직해왔다. 주제별로 분류해보니 40여 개로 추려졌다. 그 중 7가지 주제를 선택하고 각 주제별로 7개씩 원고를 뽑아 다듬었다. 그리고 「말씀의 우물터」라는 제목의 책에 담아냈다.

「말씀의 우물터」는 강윤철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창원 중동본당 주임)가 사목일선에서 물러나기 전 마지막으로 교우들에게 남기는 선물이다.

“나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하면서도 강론을 통해 외치고 권유하는 것이 늘 부담스럽고 죄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해 온 강론들을 읽으면서, 교우들이 아니라 먼저 나를 향한 다짐이고 외침이었단 걸 다시 깨닫곤 신자들에게 선물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강 신부는 은퇴를 한 달 여 앞두고 있다. “사제란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길만 달려온 시간, 다시 지금 이 순간엔 교우들에게 무엇을 주어야할까를 또 숙고했다. 결론은 오로지 ‘말씀’이었다. 강 신부는 “신자들은 강론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풀이해 들으며 위로와 격려를 받길 원한다”며 “교우들이 말씀을 묵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를 하나라도 더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7가지 주제도 다수의 신자들 의견을 수렴해 정했다. 강 신부는 ‘구원’, ‘하느님 나라’ 등을 우선 주제로 꼽았지만, 신자들의 바람은 ‘가정 성화’, ‘새로운 삶’ 등이었다. 이어 ‘강복의 길’, ‘신앙인의 사명’, ‘용서’, ‘평화’, ‘회개’ 등 신자들이 목말라하는 주제로 원고를 엮었다.

특히 책 첫머리에는 지난 사목활동의 소회를 한눈에 돌아본 글을 실었다. 하느님을 안 이후부터 하느님께만 기대고 맡겨드리고 하느님 안에서만 살기 위해 노력해온 시간의 편린들이었다. 신부라면 늘 해야 하는 이른바 ‘어른 노릇’이 힘겨웠다는 고백, ‘신부님은 언젠가 가실 분’이라는 신자들의 말에 섭섭했던 일화, 신자들에게 상처 주고 모진 말도 했던 것을 성찰한 시간…. 그저 좋은 말의 나열이 아니라 솔직한 사제의 모습 또한 그대로 담아낸 글이다.

“나이가 들수록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이끌어주셨다는 것을 더욱 절감하고 있습니다. 작은 책 한 권이지만, 신자들이 이 책을 함께 읽고 함께 묵상하면서 끊임없이 선포되는 말씀을 기억하고 하느님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체험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강 신부는 은퇴 후 여러 사목적 부담에선 벗어지만 영성상담가로서의 활동은 지속할 계획이다. 교우들이 하느님을 향한 희망 안에서 치유받고 용기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가 사목일선에서 꾸준히 강조해온 ‘함께 하는 리더십’을 실천하는 또 하나의 노력이기도 하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