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는 우리나라 수도 서울을 관할하고 있는 한국 천주교회의 중심 교구다. 북한 지역인 황해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관할지역 전체가 도시인 셈이다. 이런 서울대교구 출신 사제가 농촌교구로 대표되는 안동교구에 와서 사목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도시 신부의 시골 본당살이’ 모습을 사벌퇴강본당 주임 최형규 신부로부터 들었다.
최형규 신부를 만나기 위해 퇴강성당을 찾아갔다. 상주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고도 한참을 더 달렸다. 한산한 도로 양옆으로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이미 추수가 끝나버린 논에는 잘 포장된 볏짚들만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흰색 비닐로 둥글게 포장된 것이 멀리서 보면 꼭 마시멜로처럼 보인다. 달콤한 마시멜로 생각을 하며 조금 더 달리다보니 어느새 퇴강성당에 도착했다.
■ ‘도시 촌놈’, 욕심을 내려놓다
최 신부는 2019년 1월 안동교구에 파견돼 2년째 사벌퇴강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먼저 안동교구까지 와서 사목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최 신부는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해외원조사업 현장모니터링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가난한 농촌지역이었고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삶의 기쁨을 누리며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어떤 모습들로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안동교구 파견이라는 기회가 있었고, 더 늦기 전에 직접 경험해 보자는 생각에서 자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신부가 처음 이곳에 왔을 당시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농촌사목을 경험해 보겠다고 왔지만, 농촌 사정도 잘 모르고, 농사일은 더더욱 몰랐다. 아는 것이 없는 최 신부는 이곳에서 ‘도시 촌놈’이었다. 그는 “강론을 준비하면서도 신자들 삶을 잘 모르면서 말을 하면 다른 세상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조급함이 앞서기도 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이나마 농촌에서 사는 기쁨을 알게 되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해 가면서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적응이 쉽지는 않았지만 신자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최 신부는 “신자 어르신들 논에서 모내기도 해보고, 밭에서 감자도 캐보면서 조금씩 경험을 쌓았다”며 “크지는 않지만 성당 텃밭에서 직접 농사를 짓게 됐다”고 밝혔다.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도 하고 작은 열매들을 솎아주기도 해야 하는 법. 하지만 아깝다는 생각에 모두 그냥 두었던 최 신부. “신부님, 욕심이 너무 많아요. 이걸 다 얻으려 하면 오히려 못 얻어요~”라고 알려주던 어느 할머니 덕분에 새삼 깨달음을 얻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제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내가 가꾸지도 않고, 정성을 쏟지 않으면서 열매를 맺으려 했던 거였죠. 정성껏 돌보고 애정을 쏟아야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