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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나부터 변하기 / 남기업

남기업(바오로),(제2대리구 본오동본당)
입력일 2020-11-03 수정일 2020-11-03 발행일 2020-11-08 제 321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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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젊어서 자유로이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폈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그러나 좀 더 나이가 들어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좀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사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아,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기 위해 자리에 누워서야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약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내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까지도 변화됐을런지….”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지하 묘지에 있는 한 주교의 비문에 적힌 내용입니다.

반성해 봅니다. 정작 나 자신은 거창한 것만 좇다 변화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는지. 행복의 보금자리인 가정이 나의 이상에 밀려 뒷전이 되지는 않았는지. 나 하나 편하게 하자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는지. 나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남을 비판하거나 흉을 보지는 않았는지. 신앙인으로서 봉사자로서 역할과 의무를 다했는지. 부끄럽고 나태한 삶을 살지는 않았는지. 나만의 이득을 위해 남의 가슴에 못을 박지 않았는지. 세례 때 주님께 약속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나부터 제대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식들과 비신자인 친척과 지인들이 저의 뒷모습을 보며 신앙인의 모습을 찾았으리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정신이 바짝 듭니다. 좀 더 일찍 정신을 차리지 못한 후회가 밀려옵니다.

몇 년 전부터 매일 기도에 기도를 더해 하느님 자비의 5단 기도와 선종 기도도 바치고 있습니다. 자비의 기도는 기억나지 않는 제 잘못에 대한 용서를 청하기 위해서이고, 선종 기도는 마지막에 모든 죄를 용서받고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입니다.

내가 먼저 진정한 신앙인이 되면 가족과 친척, 대자, 그리고 주위 분들이 변하지 않을까요? 저와 제 가족의 신앙생활을 본 손아랫동서와 처제는, 아버님 유골을 절에다 모실 정도로 독실한 불교신자기에 제가 개종을 권하거나 부담을 준 적이 없었는데도 가족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가끔 만나뵙던 냉담하던 분이 냉담을 풀고 열심한 신자가 됐고, 신앙을 거부하던 분도 세례를 받고 대자가 됐습니다.

부족하지만 신앙을 통해 나부터 변하니 제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넘칩니다. 저도 그분들을 너무 좋아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생활이 행복합니다. 큰 행복도 작은 씨앗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주님! 저의 모든 죄를 사해주시고 영원한 생명을 받기에 합당할 수 있도록 해주소서. 아멘!”

남기업(바오로),(제2대리구 본오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