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핼러윈’은 원래 이렇게 지내는 겁니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0-10-27 수정일 2020-10-31 발행일 2020-11-01 제 321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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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성인 대축일 전야’ 의미

고대 켈트족 풍습에서 유래
마지스청년센터 ‘기억할로윈’
11월 1일까지 이벤트 진행 중

예전에는 ‘핼러윈’하면 어린 아이들이 유령이나 캐릭터 등으로 분장을 하고 사탕과 초콜릿을 얻는 외국 풍경을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핼러윈 행사를 열고, 유명 프랜차이즈나 쇼핑몰 등에서도 핼러윈 장식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많은 젊은이들도 핼러윈 파티를 여는 등 우리나라에도 핼러윈 문화가 많이 퍼지고 있다.

핼러윈은 유령, 괴물 등 다소 공포스러운 소재가 차용되고 있어 어쩐지 교회와는 관련성이 먼 듯한 인상이 강하다. 그래서 포털 사이트에서도 “천주교 신자인데 핼러윈 파티에 가도 되나요?”, “핼러윈 분장을 하면 죄가 되나요?” 등 궁금증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핼러윈은 고대 켈트족 풍습을 교회적으로 재해석한 문화다.

핼러윈(Halloween)이라는 용어의 어원은 ‘All Hallows’Eve’ 바로 ‘모든 성인 대축일 전야’라는 의미에서 왔다. 10월 31일에 핼러윈을 지내는 이유도 모든 성인 대축일인 11월 1일의 바로 전날이기 때문이다.

핼러윈의 원형인 ‘사윈’(Samhain)은 고대 켈트족 축제다. 켈트족은 켈트력 마지막 날인 10월 31일에 죽은 이들이 찾아온다고 믿었고, 죽은 이들에게 해를 입지 않기 위해 귀신으로 분장하고 음식을 나눴다. 그러나 켈트족 국가들이 가톨릭교회를 받아들이자, 교회는 켈트족의 오랜 풍습을 교회적으로 재해석했다. 교회는 핼러윈을 켈트력 10월 31일에서 양력 10월 31일로 옮기면서 11월 1일 모든 성인의 날을 기억하도록 했다.

죽은 자를 두려워해 만든 날이 교회의 가르침과 만나면서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하는 날로, 그리고 성인들의 전구를 청하는 날로 변화된 것이다. 악령들에게 음식을 주는 풍습은 가난한 이들과 ‘소울 케이크’(Soul Cake)를 나누는 풍습으로 변화했다. 케이크를 받은 이들은 케이크를 준 이들의 죽은 가족을 위해 기도해 줬다. 유령이나 괴물로 분장하던 풍습은 성인이나 천사로 분장하는 풍습으로 변했다. 핼러윈에는 성인 유해나 유물을 운반하는 행렬을 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러한 교회의 핼러윈 행사는 모든 성인 대축일을 지내지 않는 개신교가 유럽 전역에 퍼지면서 명맥이 끊겨 오늘날에는 교회와 관계없는 행사처럼 여겨지게 됐다.

이번 핼러윈에는 마지스청년센터(센터장 이흔관 신부)가 모든 성인 대축일의 의미를 살린 핼러윈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센터가 마련한 ‘기억할로윈’ 이벤트는 11월 1일까지 1회 이상 초를 켜고 선종한 이의 이름을 적어 사진을 찍은 후 인스타그램에 ‘#기억할로윈 #위령의날 #마지스청년센터’ 태그를 달아 올리면 참여할 수 있다. 센터는 ‘기억할로윈’ 중 적힌 이들을 지향으로 11월 2일 위령의 날 미사를 봉헌할 계획이다. 센터의 위령의 날 미사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실시간 중계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