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공유하는 자세 / 서용운 신부

서용운 신부 (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1국장)
입력일 2020-08-18 수정일 2020-08-19 발행일 2020-08-23 제 320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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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본래 교육적인 효과가 없는 행사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 “교육적인 효과가 없는 행사를 할 바에는 차라리 아무것도 안하는 게 낫다”라고 여길 정도였다. 이러한 편견이 깨지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수원대리구 청소년국장 시절 수원대리구만의 고유한 중고등부 체육대회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행사에 부정적이었지만 해왔던 행사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수원대리구 사도단 아이들을 데리고 워크숍을 갔다. 그때 행사를 준비하는 아이들 모습은 아직도 필자에게 큰 인상을 남긴다. 미사를 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율동을 만드는 아이들, 성가를 외우다시피 연습하는 아이들,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실제로 해보는 아이들 등등, 교회 안에서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뜨거운 열정을 느꼈다. 그때 문득 “아! 성령의 활동은 좁은 내 생각에서만 활동하지 않고 정말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체험을 계기로 필자는 행사에 대한 편견이 깨지게 되었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우리 수원교구가 유기적인 협력 사목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정보와 성공사례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좋은 정보와 사례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최소 두 가지의 내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자기 생각이 정답이라고 한정 짓지 말아야 한다. 성령의 활동은 우리의 예측범위를 넘어서 정말 다양하게 활동하시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답이라고 한정 짓게 되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진다. 아무리 좋은 정보와 좋은 사례를 접하게 되더라도 자기 생각과 맞지 않으면 필요 없는 것으로 쉽게 여기게 된다. 열린 마음으로 정보와 사례를 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벤치마킹을 꺼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뒤따르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가톨릭 안에 교구별, 대리구별, 본당별로 수많은 좋은 정보와 성공사례가 있다고 본다. 이것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활용되지 못하는 까닭 중의 하나는 교구, 대리구, 본당, 사목자 등의 자존심 문제라고 생각한다. 신자들의 유익과 자존심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신자들의 유익을 위해서 좋은 사례를 뒤따라 하는 것은 좋은 시도이고 오히려 신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생각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한정적인 사고방식과 중요하지 않은 자존심을 내려놓는다면 교회 안에서의 성령의 다양한 활동이 더욱 풍성해지리라 생각한다.

서용운 신부 (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1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