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빛을 심는 사람들 <85> 사랑의 미용사 윤옥희씨

김실재 기자
입력일 2020-04-20 수정일 2020-04-20 발행일 1989-03-05 제 164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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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불우시설 찾아가 미용봉사
“불우이웃에의 봉사는 삶을 닦아내는 일”
도움 닿지 않는 곳에 사랑의 씨 뿌릴터
 
『미용사인 제가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밑천이 들지 않는 미용기술 밖에 없지 않읍니까 .그래서 틈을 내 그들의 머리를 매만져주는 것뿐입니다』

바쁜 생활 가운데서도 불우시설을 방문, 미용봉사를 하며 자신의 삶을 반성한다는「사랑의 미용사」윤옥희(마리아ㆍ35ㆍ대구봉덕본당)씨.

대구 중심가에서 남편 이동희(요셉)씨와 함께「포라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윤 마리아씨는 매월 휴무일을 택해 불우시설을 찾아다니며 수용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특히 주위의 도움이 뜸한 곳을 골라다니며 사랑을 실천해온지 10여년. 윤 마리아씨는 그동안 대구 시내와 근교의 고아원ㆍ양로운ㆍ자활원ㆍ결핵요양원 등에서 봉사해왔으며, 지난해 7월부터는 부랑아 수용시설인 영천「나자렛 집」(원장ㆍ김윤선 수녀) 개원과 함께 매월 한 번씩 그 곳을 방문, 수용자들의 머리를 손질해주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미용기술을 익혀 경력 15년의 일류 미용사인 윤 마리아씨는 어릴 때부터 극성스러우리만치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사랑의 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갖고 있는 기술로 어머니를 도와드린다」는 생각으로 봉사하기 시작, 언제부터인가 이웃을 돕는 일이 기쁨으로 변해 생활의 일부가 됐다며『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 곧 삶을 닦아나가는 일』이라는 등식을 설립시키고 있다.

그러나 윤 마리아씨가 결혼 후 미용실을 운영하면서도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게 된 이면에는 남편ㆍ친정 어머니ㆍ대구대교구 가톨릭미용인회「빛모임」등의 이해와 협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6년 전 결혼 후 영세한 남편 이요셉씨는 한때 냉담생활을 하기까지 했으나 윤 마리아씨의 신앙생활과 봉사활동에 감동, 다시 주님을 찾고 아내의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다.

『함께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피곤에 지친 아내를 지켜보면 안스러워 휴무일에는 쉬게 하고 싶지만 자신이 원하고, 또 같이 불우시설들을 다녀보니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힘닿는 데까지 도와줄수 밖에 없었습니다』라며 동반자로서 윤 마리아씨를 적극 후원하고 있다.

처음에는 친정어머니와 둘이서 활동을 시작했으나 하루만에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이 40~50명씩이나 돼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미용실 직원 중 희망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종교가 다른 그들의 도움이 한계에 부딪혀 가톨릭 미용인회에 도움을 요청, 몇몇 회원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윤 마리아씨는『주님께서 주신 건강을 자본으로 하여 제가 할 일을 할 따름』이라며 주님에게서 부여받은 임무를 더욱 성실히 수행, 그들을 좀더 밝은 모습으로 만들어줘야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고 있다.

할머니들의 머리를 손질할 때면 자식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고마워하면서 흘리는 눈물을 보고 함께 울어버린다는 윤 마리아씨는 그들의 자식을 대신해 노래도 불러가며 딸의 역할도 곧잘 해낸다.

이밖에도 평소 절약생활이 몸에 밴 윤 마리아씨는 몇몇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여러 복지시설들에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주위엔 외롭고 불쌍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중에서도 될 수 있는 한 잘 알려지지 않았으면서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을 위해 봉사하겠어요』

<金實宰 기자>

김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