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꽃

이영미(안나·인천교구 중2동본당)
입력일 2020-04-13 수정일 2020-04-14 발행일 2020-04-19 제 3191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가슴 저미는 죽음의 시간이

이렇게 가까운 밤

그보다 앞서 꽃이 찾아옵니다.

하나 둘이 아닙니다.

눈물과 고통보다 먼저

꽃들이 달려옵니다.

죽은 듯 검은 가지에

어찌 저리도 많이 숨어 있었는지….

웅크리지 않고 걸어 나오면

꽃그늘 아래입니다.

올려다 보아도 하늘이 아니라 꽃천장입니다.

한동안 만나지 못한 얼굴들이 저리 많지요.

그리하지 말자며

처음 해보는 약속 안에 들어간 지

꽤 지났네요.

미사도, 소리 내 부르던 성가도,

소리 맞춘 기도 소리도 멈추었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말라

저토록 꽃이 피었습니다.

그러니 혼자 노래를 불러봅니다.

이 밤 기도 속에

저도 들어 있겠지요.

그러지 않고서야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요.

이영미(안나·인천교구 중2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