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중국 대련한인본당, 1월에 한국교회서 마스크 5000장 받고 2만 장으로 화답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0-04-13 수정일 2020-04-14 발행일 2020-04-19 제 3191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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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 받은 사랑, 더 크게 보답해야죠”

지난 1월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을 때 고국 교회로부터 마스크 5000장을 지원받은 대련한인본당(주임 정석화 신부) 공동체가 고마움을 잊지 않고 마스크 2만 장을 보내오며 나눔을 다시 공유하는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 대련한인본당 공동체가 한국에 보낼 마스크를 포장해 놓은 모습.

본당 신자들은 당시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불안과 불편함 속에서 지내야 했다. 상황을 전해들은 교구 해외선교실(실장 유주성 신부)과 본당, 지인들이 지원에 나섰고 이로써 총 5000장의 마스크를 한국에서 전달받을 수 있었다.

공동체는 신자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도 받은 마스크를 나눴으며 결과적으로 지역 사회에 사랑을 실천하고 감동을 나누는 계기가 됐다. 마스크를 받은 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실천하라’는 말씀의 기쁨을 느낀 것이다.

본당은 최근 한국에서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받았던 사랑의 정신에 연대하고 나눔을 키워가는 뜻으로 마스크 지원을 결정했다.

3월 22일부터 29일까지 공지를 통해 기금을 모은 공동체는 세금과 관세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3일 동안 늦은 밤까지 마스크 재포장과 물류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이 마스크는 지난 4월 7일 도착해 교구와 본당, 수도회 등에 전달됐다.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를 돕는 결과를 낳은 이번 나눔은 공동체에 사랑 실천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키웠다. 신자들은 “힘들 때 사랑을 실천할 기회가 마련돼 기쁘고 받은 사랑이 더 큰 사랑으로 전파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본당의 마스크 나눔은 교황청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3월 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홀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특별기도와 축복(우르비 엣 오르비) 전례를 주례한 장면을 보고 이탈리아를 위해 다시 한 번 마스크를 기부하자는 의견이 모인 것이다. 이는 마스크 8만 장을 바티칸에 발송하는 실천으로 이어졌다. 마스크는 4월 14일 도착 예정이다.

본당은 중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귀국하거나 동남아로 사업장을 옮겨 축소하는 신자들이 늘면서 4년 사이에 신자 수자가 1/3 정도로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런 처지에서 지난해 피정과 기도회로 내적 복음화를 도모하고 올해는 선교를 통한 외적 복음화를 추진하던 중에 마스크 나눔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선교’, ‘사랑 실천’의 구체적 모습이 됐다.

정석화 신부는 “스스로 대단한 일을 할 수 없을지라도 힘을 합치면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며 “우리가 직접적인 의료 행위로 사람을 살릴 수는 없으나 작은 기부로 코로나19 환자와 의료진에게 마스크가 전달되고, 이 마스크로 사람을 살리게 된다면 그 자체가 큰 위로와 기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