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 모두를 위한 원목 필요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02-04 수정일 2020-02-04 발행일 2020-02-09 제 3181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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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
의료사회복지사 운영하며 심리·경제·재활 등 문제 상담 
원목실 영적 돌봄도 큰 도움

제28차 세계 병자의 날(2월 11일)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은 담화를 발표하고 환자 뿐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지지와 위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돌봐야 하는 가족들은 환자만큼이나 힘들고 고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화재로 뇌손상을 입은 다섯 살 딸. 밝고 예뻤던 딸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엄마와 아빠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딸의 병간호에 매달렸다. 중환자실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늘어가는 병원비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어깨를 짓눌렀다. 의식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도 가족들에게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남았다.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병원 사회사업팀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상담을 통해 가족들이 겪고 있는 내적 상처를 보듬고,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했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원장 문정일) 산하 8개 병원에서는 환자 및 환자 가족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 병원 사회사업팀은 의료사회복지사를 두고 심리·사회적 문제, 사회복귀 및 재활, 경제적 문제 등을 상담한다. 환자 가족들이 상담소의 문을 두드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다. 의료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 상담자가 후원단체를 연결해주거나 사회복지 정보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환자 간병에 관련된 문제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호스피스병동 상담실을 찾는 환자가족의 고민은 더욱 무겁다. 임종 이후에 필요한 준비, 환자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가족들의 몫이다.

서울성모병원의 한 의료사회복지사는 “병원비 문제로 상담실을 찾은 환자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환자와의 관계에 대한 복합적인 문제들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며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가족들도 정신적, 신체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환자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 시스템이나 치유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병원의 원목활동도 환자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원목실에서는 전례와 성사, 임종기도, 영적 상담 등을 통해 환자와 환자가족들의 영적 돌봄을 수행하고 있다.

2월 2일 은평성모병원 1층 성당에서 열린 미사에는 70여 명의 환자 및 환자 가족들이 미사에 참례했다. 성당에는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은 환자들 뿐 아니라 환자의 가족들이 기도하기 위해 자리를 채웠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서영란(마리아·56)씨는 “아버지가 다리 수술 때문에 입원하셔서 몇 주 전부터 곁에서 간호를 하고 있다”며 “병원에서 매일 미사가 있기 때문에 마음의 치유가 필요할 때 성당을 찾아 아버지를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은평성모병원 영성부원장 천만성 신부는 “원목실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프신 분들의 영적인 부분을 돌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힘든 상황에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이 가족이기에 그런 고민들을 갖고 성당을 찾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와 환자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만큼 기도를 통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