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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의 온상] 7. 수원교구 양지본당 (하)

노광선 기자
입력일 2019-09-29 수정일 2019-09-29 발행일 1987-06-07 제 1558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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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의 얼 전승돼 와
신자교육이 성소자 배출에 밑거름
김신부 생가터에는 골프장 들어서서
현재 문헌상으로 파악된 양지출신 사제는 한국인 최초의 사제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를 비롯, 30여명에 이른다.

이는 양지에 신자공동체가 형성되기 시작한 18세기 초엽부터 공식본당이 설립된 1927년까지, 또한 본당설립부터 지금까지 확실히 파악된 숫자일 뿐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함께 수도자의 경우, 약 2백명이 배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개인 신상이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 수도회의 속성때문에 정확한 숫자와 소속 수도회 등 구체적 사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들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한국 천주교 근대사에 지대한 공적을 남겼으며 현재도 교회 각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교회사가들은 양지출신의 성직, 수도자들이 높은 덕망을 얻고 있는 이유를 성 김대건 신부의 후광과 이미 선종한 10여명 사제의 희생적 삶에서 찾고 있다.

앞서上편에 언급한바와 같이 양지는 성 김대건 신부의 얼과 발자취로 다져진 한국의 대표적 성소의 온상으로서 김신부의 후광이 후배 사제들에게 계속 비춰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김옥균 주교, 교회사가 오기선 신부 등 양지출신 사제들이 덕(德)과 지(智)로써 교회발전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또한 한기근, 김영근, 최문식 신부 등 선종사제들이 보여준 고난과 자기 희생의 헌신적 삶도 양지출신 후배사제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왔다고 한다.

양지출신으로 기록상 성 김대건 신부를 이어 두번째로 1897년 사제로 서품된 한기근 신부는 1911년 우리말 성서를 처음으로 번역, 발간한 사제로서 79위 서복에도 큰 공헌을 했다.

김영근 신부는 「은이」태생으로, 1923년 서품돼 진위, 왕림, 용문 등 시골본당 재직 당시직접 농사를 지어 본당 살림에 보탤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기미 독립만세때 만세사건 가담협의로 신학교에서 문책을 당한바있으며 본당 재직 때에도 배일사상으로 일본관헌들에게 늘 감시를 받아왔다.

최문식 신부는 일제의 만주침략이 노골화되던 1910년 서품과 함께 만주교포사목을 자청, 북간도 연길에서 사목활동을 폈으나 9년 만에 마적단에 납치돼 큰 곤경을 겪었다. 최신부는 이때의 고문으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1952년 미리내본당에서 아쉬운 사목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밖에도 많은 선배 선동사제들의 강직한 기상이 후배사제들의 앞길에 초석이 돼왔음은 익히 짐작할 수 있는데 사가들은 선배사제와 함께 역대 본당재임 신부들의 교육열의도 성소의 못자리를 다지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1927년 본당설립과 함께 초대주임으로 부임한 박동헌 신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레지오 마리애를 본뜬 연령별 신심단체를 구성, 신자들의 신앙심을 길러주는 한편 교리 토론시간을 마련, 신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교리를 익힐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박신부의 이같은 구상은 교육이 성소개발에 결정적인 동기가 된다는 경험적 사실과 부합돼 성 김대건 신부의 뒤를 이은 성소자 배출의 밑거름이 됐으며 후임 본당신부들의 사목에도 많은 참고가 될 수 있었다.

현 10대 본당주임 윤용배 신부는 『성소개발은 전체 신자들의 교육을 통해 보다 확실해 질 수 있다는 선배신부들의 사목경험을 감안, 신자들의 고른 수준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실제로 1인당 1권씩의 교리서 지참, 전신자 성서읽기, 전신자 전례 안내, 능력배양 교육, 주일 미사참석 독려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 김대건 신부의 후광, 선배 신부들의 희생, 본당재임 신부들의 열의로 「양지」에서 의 성소의 맥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신부의 생가(골배마실)가 골프장으로 변해있고, 김신부의 영세터(은이)에 공장이 들어서 있는 등 양지를 한국의 대표적 성소온상으로 대변해 줄 수 있는 유적지가 세인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던져주고 있다.

양지본당에서는 김신부 영세터 구입, 생가복원, 기념관 및 기념성당 건립 등의 굵직굵직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농업에 종사하는 1천8백여 본당 신자만으로는 워낙 힘에 부쳐 자칫 중도에 개발을 포기해야할 형편이다.

확인된 양지출신 사제명단은 다음과 같다.

▲선종=한기근ㆍ박정열ㆍ김영근ㆍ유재옥ㆍ최문식ㆍ발홍원ㆍ김경문ㆍ황정수ㆍ유수철ㆍ이현종ㆍ배복룡ㆍ김인상ㆍ오연희

▲서울대교구=김옥균(주교ㆍ총대리)ㆍ오기선(교회사가)

▲수원교구=양병묵(광명주임)ㆍ변기영(천진암주임)ㆍ송영규(대학동주임)최재용(송서주임)ㆍ한상호(수원 가톨릭대학)ㆍ배영무(이천주임)ㆍ배영섭(신흥동주임)

▲전주교구=오기순(은퇴)

▲해외거주=정욱진(뉴욕퀸즈)ㆍ이상영(로마유학)

※양지본당 출신 혹은 양지에서 성소를 지망. 사제가 되신 분 중 명단에 빠진 사제는 본사로 연락해 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노광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