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종지기의 마지막 종소리 아름다웠다… 그래서 애잔했다 대전 대흥동 도심을 감싸던 종소리 교회와 도시를 잇는 매개체로 역할 자동화 시스템에도 위로의 울림 계속
■ 새로운 종소리, 세상을 향해 열린 교회
본당 100주년의 모토는 뮈텔 주교가 말한 “언젠가 여러분의 교회는 그 도시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였다. 100주년 기념사업단 문화기획팀 김미진(아녜스)씨는 “교회가 교회만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교회와 도시가 하나가 되고 교회 공간 자체를 세상을 향해 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소리가 종탑과 담장을 넘어 어머니처럼 여겨졌던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100년을 지나는 본당이 종소리를 더 또렷하게 들려 줬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유정미 교수(대전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는 대흥동성당이 대전 원도심의 랜드마크라며, “종소리와 성당의 존재를 도시와 도시인들이 자기 삶과 공간의 일부로 수용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특히 “종소리 자체가 도시에 문화와 예술을 입혀 줬다”며 “성당이 종교시설을 넘어서 음악과 미술, 예술을 창조하는 문화적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원도심의 지붕들 위로 떠다니던 조씨의 종소리는 끝이 났다. 본당은 프랑스에서 작은 종 8개를 추가로 제작 주문했다. 11개의 종으로 울리는, 디지털화된 새 종소리가 연말부터 조씨를 대신한다. 놀랍게도, 성당을 방문한 프랑스 종 제작자는 현재 설치된 3개의 종이 모두 자신의 조부가 만든 것임을 발견하고 “놀라운 섭리”라고 외쳤다. 서양에서는 종종 “교회 종소리가 들리는 곳까지 하느님의 은총은 흘러 넘친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대흥동 종소리는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의 강요가 아니라,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문화와 예술로 영혼을 고양하는 노래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