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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세 260만 허와 실] 17. 고해 성사 1. 총론

최홍국 기자
입력일 2019-07-18 수정일 2019-07-18 발행일 1990-10-21 제 1726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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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로 죽은영혼 회생시켜
자기쇄신ㆍ겸손함양에 “필수적”
상설고해소 확산ㆍ정기적「공동참회 예절」바람직
성사받기전 철저한 준비 필요
대부분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란 짐스럽고, 심지어는 고통스러운 존재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특히 매년 부활이나 성탄대축일이 다가올 때면 의무적으로 판공성사를 받아야 한다는 중압감때문에 고통을 겪어야하며、이것이 냉담의 주요원인으로 등장한지 이미 오래이다.

한편 고해성사를 받고 나면 십년 묵은 체증이 뚫린 것처럼 시원한 느낌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이 「시원하다」는 느낌 때문에 많은 신자들이 조금은 짐스럽기는 하지만 고해성사를 받을려고 의식적으로 애를 쓴다. 「성사받는다」는 의미의 대명사격인 고해성사. 은총의 보고인 고해성사이지만 많은 신자들이 이 성사의 제도에 압박감을 느끼며 기피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성사란 본래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구원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구체적으로 「지금、여기에」실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사란 신자들에게 구원받은 자의 기쁨, 즉 해방의 기쁨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성사가 이러한 해방의 기쁨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 이것은 무엇인가 잘못돼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고해성사에 임하는 신자가 기쁜 일을 눈앞에 두고 성큼성큼 나아가는 사람의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가기 싫은 재판장에 억지로 끌려 가는듯한 피고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우선 고해성사에 대한 이해가 잘못돼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복음화 3세기를 살고있는 한국교회가 많은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신자들의 영적성숙을 위한 교리교육이 미흡했던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하다.

우리 교회는 모든 신자들에게 「적어도 1년에 2회 이상 고해성사를 받아야 된다」는 의무규정을 정해놓고 있지만 이것은 의무라기 보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마땅히 누려야될 권리라고 생각하는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신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해성사는 현재 고백성사로 통용되고 있으나 86년도에 확정된 「전국 공용교구 사제권한(지역교회법)에서 고해성사로 표기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교회공용어로서는 고해성사로 표기해야 되기에 본란에서는 고해성사로 적는다.

영세한 후로 범한 모든 죄뿐아니라 특히 대죄로 죽은 영혼을 회생시켜 주는 고해성사는 크리스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겸손을 기르는 성사다. 신자들에게 있어서 고해성사란 우리의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완덕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성사이다. 그리스도를 닮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쇄신의 가장 효과적인 방편인 것이다.

특히 고해성사를 자주 받을 때 하느님 앞에 더욱더 겸손해지는 것은 물론 쉽게 죄에 떨어지는 것을 방어하는 도움의 은총을 받게 된다는 점도 신자들은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한국교회 대부분의 본당들은 미사전후 20~30분동안 고해성사를 받으러 줄서는 신자들이 많기때문에 신자 1명당 2~3분 이상은 무리가 따른다.

일선사목자들은 미사전후 특히 주일미사 때는 고해소에서 신자들을 상대로 영적상담을 해 주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신자들의 영적성장을 올바로 이끌지 못할 위험이 클 뿐아니라 고해성사가 형식화되어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기 쉬운 결함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마천동본당주임 박창오 신부는 『대부분의 신자들이 참다운 성찰없이 성사를 받는 것같다』며 일부러 고해성사만을 받으러 성당을 찾아오는 신자가 드물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고해성사를 받을 준비도 없이 주일미사 참례하러 성당에 왔다가 내친김에 고해소로 들어오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예비자들에게 6개월 또는 3개월만에 세례를 주는 한국교회 상황에서 영세후 계속 교육이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신영세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앙의 무기력화. 신앙약화를 경험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데서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성체성사와 함께 신자생활의 기둥이 되는 고해성사를 올바로 받기위해서는 전담고해신부를 선정. 규칙적으로 성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국내 각수도회와 신학교에서 원하는 이들에 대해서 실시되고있는 대화식 고해성사도 점진적으로 한국교회 전신자들에게 확산 실시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교회실정이 이 같은 전담 고해신부를 둘수없는 상황이라는데 있다.

대표적인 대도시본당의 하나인 서울잠실본당의 경우 교적상 신자수 1만4천여명에 사제3명이 사목하고 있어 단순수치상으로 사제 1인당 4천명이상의 신자를 담당해야하는 형편에 전담 고해신부를 두기란 불가능한 실정이다.

서울 가톨릭대학교수 김정남 신부는 사제1인당 담당 신자수 4천명이란 현실에 대해 『사목이 아니라 방목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안타까워 한다.

이 같은 실정에서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본당신부의 과다한 업무를 줄여주는 방안모색과 함께 수도회 사제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에 진출한 모든 수도회가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잘 받을수 있도록 수도회를 개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만하다고 본다. 또한 명동본당. 정동 프란치스꼬회관 등에서 실시중인 상설고해소를 확산, 적어도 지구별로 하나이상의 상설고해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공동참회예절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방안도 모색할만 하다. 본당에서 월 1회정도 날짜를 정하여 공동참회예절을 실시한 후 고해성사를 주는 것은 신자들에게 그만큼 고해성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해성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기적인 공동참회예절은 성찰ㆍ통회ㆍ정개ㆍ고백ㆍ보속이라는 고해성사의 5가지 요소를 철저히 실천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한편 고해성사 때의 고백내용에 대한 지도도 가능하게 된다.

고백내용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은 10계명이 주로 하느님과 이웃과의 관계만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하느님창조물이 자연과의 관계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기때문이다. 자연파괴ㆍ환경공해문제도 앞으로 고백내용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을 귀여겨 들어야할 것이다.

이밖에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자주 안받는 문제와 신영세자들의 첫 고해성사, 또는 첫 영성체자에 대한 철저한 교육의 필요성등도 짚고 넘어가야 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공동고백」의 조심스런 활용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공동고백」은 개별고백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고해성사의 기피현상을 예방할 수 있고. 보다 적극적인 참회를 이끌어낼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을 갖고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동고백(공동참회 예절에 이은 공동사죄)은 교회법에서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금지되어 있다.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8월 23일자 교구공문을 통해 『특별한 경우(사제의 수도 적고 교우들이 많을때)공동참회 예절을 통해 참회 후 사죄경을 염해 줄 수 있으나 대죄가 있는 사람은 다음기회에 꼭 개별 고백해야 할 의무가 따른다』고 지적하는 등 공동고백에 관한 지침을 일선 사목자들에게 시달한바 있다.

이밖에 한국교회는 부활과 성탄절에 실시하는 춘추판공을 보편교회법에서 규정한 1년에 한번(부활판공)으로 조정하자는 주장과 이와는 반대로 일제시대 때 법으로 규정하진 않았지만 잠정적으로 실시됐던 성모승천판공을 부활시켜 판공성사를 연중 3회 실시하자는 주장에 대해 각기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성이 제시되고 있다.

아무튼 신자들이 고해성사에 쉽게 친숙해 질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인 대책마련에 사목정책의 주안점이 모아져야 할것이다.

최홍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