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첫 개인전 ‘시화랑 커피화랑’ 연 박복금 작가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06-18 수정일 2019-06-18 발행일 2019-06-23 제 315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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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커피의 색과 향, 화폭으로 번지다

커피로 그리는 이색 작품 ‘눈길’
늦깎이 시인이 이룬 화가의 꿈

자신이 그린 커피화 작품 앞에 선 박복금 작가.

그윽한 향이 퍼지는 한 잔의 커피와 시(詩), 그리고 그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런데 한 잔의 커피가 마시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라면?

아직까지 다소 생소한 커피화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고희의 작가가 첫 개인전을 열었다. 6월 20일까지 강릉 이대석갤러리에서 열리는 박복금(스콜라스티카·강릉 옥천동본당) 작가의 전시회 ‘시화(詩畫) 랑 커피화랑’이다.

‘환희 14 커피화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의 시 ‘커피 향을 붓 끝에’의 일부를 보면 커피화를 어떻게 작업하는지 엿볼 수 있다.

검은 대륙 라틴아메리카 불러놓고

아시아와 반죽한

커피의 파격 변신

물도 숨을 쉬며 후~후~

커피와 소금 얼기설기 요술 부리고

한지와 실타래 쌍쌍이

수백 번 키스보다 더

사랑스럽게 붓질을 시작한다

(이하 생략)

커피화는 물에 탄 인스턴트 커피가루를 주재료로 설탕, 소금, 식초 등으로 수묵화처럼 농담을 조절하고 키친타월, 노끈, 한지 등을 콜라주 기법으로 다양한 표현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로 그림을 그리지만 다채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커피화의 매력은 원래 내가 의도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에요. 그런 점에서 인생을 닮았죠. 때로는 내가 하고자 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되면 큰 희열이 느껴집니다.”

박 작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를 써 오다, 20년 전 시로 등단한 문학박사다.

서울에 살다 대학교수였던 남편을 따라 아무 연고도 없던 강릉에 온 지 34년. 새로운 곳에 정착하고 세 아이를 키우느라 잠시 꿈을 접었는데 어느새 세월이 훌쩍 흘렀다. 그는 50이 넘은 나이에 등단을 하고, 칠순이 가까운 나이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자신의 시를 시화로 제작해 전시하다보니 직접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을 느꼈다.

하지만, 그림의 ㄱ자도 모르는 상태라 수채화, 유화 등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았고,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커피화를 택하게 된 것. 환희 컵 박물관 장길환 관장에게 사사했다.

“신앙과 예술은 몰입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그리기 전 항상 기도를 해요. ‘저는 그림을 못 그려요. 그러니 하느님 뜻대로 해 주세요.’ 이렇게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그림을 그리면 결과가 만족스럽습니다. 작업 그 자체가 또 다른 기도이기도 하고요.”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