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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교구 설정 50주년] 인터뷰/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초대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9-05-28 수정일 2019-05-29 발행일 2019-06-02 제 3147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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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감사 그리고 다짐’
“작고 가난하지만 깊은 신앙으로 누구보다 기쁘고 떳떳한 공동체”
‘주는 교회, 열린 교회’ 표방
‘문화회관’ 지어 사회에 기여
국내 최초로 전문대학 설립
항상 농민사목에 중점 두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면서 인권·평화·생명 등 가치 배워

교구 설정 50주년을 앞둔 5월 23일 안동교구청 앞마당에서 함께한 교구장 권혁주 주교(왼쪽)와 초대교구장 두봉 주교가 손을 흔들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1969년 5월 29일. 본당 17개, 신자 2만8000여 명, 주교 1명에 한국인 신부 1명. 안동교구의 시작이었다. 가난한 농촌지역에 뿌리를 내린 안동교구가 어느덧 반세기를 맞아 5월 26일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여전히 가난하고 작은 교구이지만 누구보다 ‘기쁘고 떳떳하게’ 신앙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안동교구 50주년 모습을 교구장 권혁주 주교, 초대 교구장 두봉 주교 인터뷰와 함께 전한다.

“안동교구장이 된 게 어제 같은데, 벌써 50년이 지났어요. 이게 사실인가요? 50년 세월을 돌아보며 느끼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감사예요. 지금 안동교구가 권혁주 주교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기뻐요.”(안동교구 초대교구장 두봉 주교)

“하느님께서 우리 교구를 이렇게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쁘고 떳떳하게, 가진 것은 없지만 주눅 들지 않고 살았던 50년이었습니다. 모두 우리 교구민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기쁘고 떳떳하게 살아주셨으면 좋겠고, 그렇게 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

안동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23일, 초대교구장 두봉 주교와 현 교구장 권혁주 주교를 교구청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가장 작고 가난한 교구지만, ‘주는 교회, 열린 교회’를 표방하는 안동교구의 지난 50년 사목활동과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안동교구가 설정된 1969년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폐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두봉 주교는 사목비전 ‘주는 교회, 열린 교회’에 공의회 결과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두 주교는 “당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교회가 사회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세상의 누룩으로서 교회가 잘하면 사회도 발전한다는 기조였다”고 말했다.

“주교로서 사회복음화라는 교회상을 제시하고 이런 교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물질적으로는 한 푼도 없었어요.(웃음) 그래도 ‘공의회가 제시한 대로 한 번 살아보자’고 마음먹었죠.”

그렇게 생겨난 것이 안동문화회관이었다.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의 편견 없이 모일 수 있는 장소였다. 당시 안동에서는 제일 높은 6층 건물이었으며 처음으로 승강기가 설치돼 시민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대학인 가톨릭상지대학을 설립해 전문 인력 양성에도 기여했다.

예나 지금이나 안동교구와 농촌사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안동교구는 설정 때부터 농민들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사목의 초점을 농민에게 두고 있다. 권혁주 주교는 “어렵고 가난한 농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며 배운 것이 많다”면서 “가난한 이들의 편을 들면서 인권과 평화, 생명의 가치를 알게 돼 고맙게 생각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이제 농민 수는 적지만. 교구의 사목 방향의 중심은 여전히 농민과 농촌”이라고 힘줘 말했다.

특히 권 주교는 농민과 농촌, 사람과 생명, 환경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가톨릭농민회가 생명농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자연과 생명을 살리는 먹거리를 생산하면서 환경사목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권 주교는 “생명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도시와 함께해야 한다”면서 “우리 교구가 진행하는 도농 공동체 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안동교구의 대표 수식어는 ‘작고 가난한 교구’다. 하지만 이 작음과 가난함이 교구의 신앙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권 주교는 “같은 신앙을 가졌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가난을 견뎌내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의 도움으로 교구가 살아왔다”면서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함께 신앙생활을 해야 하며 서로 도와야 한다는 공동체 정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 하느님께서 도와주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불편하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가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죠. 가난이 좋은 것은 아니고, 견뎌내기 힘들지만, 가난을 이 사회가 함께 극복한다면 양극화도 해소하고, 공동체도 확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100년을 향해 가난하지만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를 꿈꾸는 안동교구. 두봉 주교는 앞으로 계속해서 교구를 이끌 권 주교에게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걱정하지 말고, 용기 내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격려했다. 권 주교는 “남에게 도움을 주는 교회, 열린 교회를 이끌어주신 두 주교님의 뜻을 제대로 이어받아 ‘기쁘고 떳떳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