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하느님과 인류의 자리는 어디에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발전 산업·경제 변화뿐 아니라 생명과 노동 등 인류 생활에 영향 기술 이해하고 대처법 마련해야
■ 4차 산업혁명과 교회
신기술이 던지는 질문들은 잔프랑코 라바시 추기경(교황청 문화평의회 의장)이 말하듯 “신앙의 근본 중심 중의 하나인 인간학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교회가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대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문화평의회 총회에서 담화를 통해 “교회와 신앙인, 그리고 과학자들 사이에 더 큰 대화의 장이 마련되고 장려돼야 한다”고 말하고, 동시에 “교회는 이 대화를 뒷받침하는 원칙으로 ▲인간 중심성 ▲선에 대한 보편적 가치 ▲기술적으로 가능하거나 실현 가능한 모든 것이 윤리적으로 수용 가능한 것은 아님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청은 꾸준히 과학기술의 발달이 불러오는 상황들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교황청 문화평의회는 2017년 11월 15~18일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총회를 열고 평의회 위원들뿐 아니라 과학자, 철학자, 사회·문화 분야의 다양한 종사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총회는 인간 본성의 개념, 정신과 육체의 관계, 인공지능 사회에서 인간의 역할 등의 의문을 고찰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인류의 미래에 관해 대화하는 장이었다. 특히 유전학, 신경과학, 인공지능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교황청 문화평의회 위원으로 이 총회에 참석한 이성효 주교(수원교구 총대리·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위원장)는 “당장 우리가 해법을 제시하거나 찾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 부분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그런 장을 만들자는 것이 총회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학, 신경과학, 인공지능 분야의 현상을 보기 위한 자리였기에 뚜렷한 비전을 말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충분한 비전을 제시했다고 느낀다”면서 “총회의 내용 속에서 그 비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교회 안에서도 대화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 첫 결실이 2018년 10월 24~25일 수원가톨릭대학교 이성과 신앙 연구소가 연 학술발표회 ‘제4차 산업혁명과 교회의 역할’이다. 학술발표회는 연구소가 1년 6개월에 걸쳐 4차 산업혁명과 직결된 컴퓨터 공학자, 인공지능 전문가, 생물학자, 동·서양철학자, 윤리철학자, 기술철학자 등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신학자들과 대화해온 성과를 내보였다. 학술발표회 중에는 과학기술분야, 철학분야, 신학분야에 걸쳐 각 분야의 전문가 10명이 발표했다. 연구소는 여러 분야의 신학자들이 함께하는 공동 세미나를 결성하고 2달에 1번씩 연구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한민택 신부는 “신학분야의 제 학과목간대화와 공동연구는 앞으로도 신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보인다”면서 “나아가 각 분야에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 부정적 결과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을 나눈다면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