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부활 특집] 공개입양으로 부활의 삶 누리는 안춘자씨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04-16 수정일 2019-04-21 발행일 2019-04-21 제 314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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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낳고 기도로 키운 “입양은 ‘행복보험’입니다”

여느 때보다 늦은 주님 부활 대축일. 세상은 온통 꽃잔치중이다.

모든 피조물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꽃이라지만,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고 생명이다. 생명 사랑을 실천하는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서도 입양은 한 아이의 인생 전체를 극적으로 바꿔놓는 숭고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입양을 통해 더 큰 행복을 얻고, 진정한 하느님을 만났다고 말하는 ‘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 안춘자씨를 만나봤다.

“제 딸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에 큰 이상이 있어 병원에서 두 달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했어요. 저는 두 달만이라도 엄마가 되어 주고 싶었지요. 하느님을 믿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담담히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는 안춘자(엘리사벳·69·제2대리구 분당 성마르코본당)씨이지만 48세 늦은 나이에 딸을 입양해 키운 지난 21년 동안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안씨는 봉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는 딸을 보았다.

미숙아로 태어나 작고 여리고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웠던 아이. 아픈 아이였기 때문에 입양을 늦출 수 없었다. 아이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반대했지요. 이왕 입양을 할 거면 건강한 아이를 입양할 것이지 왜 곧 죽을 아이를 입양하냐고…. ‘왜 사서 고생을 하냐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남편과 장성한 아들은 그렇게 불쌍한 아이면 우리가 키우자고 찬성해주었죠.”

병원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길에 성당에 들러 유아세례부터 받았다. 의학적으로는 손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하느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살릴 길은 기도밖에 없었어요. 젖병 빨 힘도 없어 우유도 방울방울 먹여야 했거든요. 목도 제대로 못 가누고 늘 축 처져 있는 아이를 들쳐 업고 일주일에 4~5일씩 철야기도를 다니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성체조배를 했죠.”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덧 아이는 돌을 맞았다. 그때 병원에서 아이를 데려올 때 문득 흘리듯 얘기한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혹시라도 아이가 살게 된다면 돌이 지나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심장에 있던 구멍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수술도 할 필요가 없었다.

아이는 계속 몸이 약했지만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기도로 키운 아이라 그런지 신앙심도 남다르다. 인정 많고 봉사심이 강해 해마다 모범상도 받아오고, 초등학교 때는 4년간 700번이나 복사를 섰다.

지금은 대학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도 하며, 자신이 번 돈으로 엄마가 좋아하는 호떡, 붕어빵도 사오곤 한다. 엄마랑 외출을 하면 팔짱을 꼭 끼고, 가방까지 들어주는 애교 많은 딸이다. 엄마랑 말다툼을 하고 집을 나갔다가도 성당 고해소 앞에서 마주쳐 웃음을 터뜨린 적이 여러 번이다.

“가슴이 벅차요. 내가 무엇이길래 이 아이를 살려 주셨을까…. 딸을 못 낳은 나에게 이렇게 예쁘고 착한 딸을 주셨을까….”

안씨는 입양에 대해 ‘행복보험’이라고 말한다.

“딸이 어렸을 때 기저귀, 분유가방에 미사가방까지 싸들고 아이를 들쳐 업고 나타난 저에게 그런 모습으로 나타날 거면 모임에 나오지 말라고 면박을 주던 친구들이 이제는 다 저를 부러워해요. 늦둥이 딸을 키우며 항상 바쁘게 살다보니 또래보다 훨씬 건강하고 젊게 살 수 있었거든요.”

안씨는 누구를 만나든 입양을 강력하게 권유한다. 100세 시대인 만큼 50대 입양도 결코 늦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타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양과 관련한 움직임이 미약한 가톨릭 신자들이 입양에 대해 보다 큰 관심과 책임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입양을 하게 되면서 가정이 더 화기애애해지고, 자녀들도 자기들을 키운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을 직접 보며 뒤늦게나마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씨앗은 자라는 땅이 좋으면 더 좋은 열매를 맺게 되는데, 신앙 안에서 하느님께서 돌보시는 자녀라면 틀림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그의 권유 덕에 안씨의 대녀도 50세에 입양을 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라고.

“제가 살면서 가장 잘 한 일 두 가지 중 첫 번째는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이고, 두 번째는 입양이에요. 신자 한 가정 당 한 명씩만 입양하면 우리나라에 고아는 없을 거예요. 제가 느끼는 이 기쁨을 한 사람이라도 더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

-공개입양가족 모임과 봉사 통해 가족애 다져

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회장 조영선, 영성지도 김창해 신부)은 가톨릭신앙을 지닌 입양가족이 모여 생명사랑 문화를 퍼뜨리기 위해 2014년 1월 결성됐다.

교구 사회복음화국 산하 단체이지만, 전국 유일의 가톨릭 입양가족모임이라 서울·인천 등 타 교구 신자가족들도 참여한다.

모임에는 돌도 되지 않은 막내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입양 자녀를 둔 25가족, 75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매월 둘째 주일 오전 10시30분 교구청 지하 회의실에서 모임을 갖고 있으며, 모임은 묵주기도, 미사, 식사, 가족모임의 순서로 진행된다. 매월 모임 외에도 피정, 영성 세미나, 아버지 모임 등을 수시로 갖는다. 국내 양로원 봉사, 해외 봉사활동 등도 함께 한다.

입양을 하게 된 계기나 사연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모두 공개입양을 한 가족들이다. 위탁모를 하다 5명의 자녀를 입양한 조영선(엘리사벳) 회장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입양에 대한 강한 편견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공개입양이라고 해도 혼자 속앓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같이 모여 함께 기도해주고 위로해주는 우리 모임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의 010-7148-4113 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