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성모칠고’ 판소리로 부르는 이용수씨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9-04-09 수정일 2019-04-09 발행일 2019-04-14 제 314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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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픈 우리 가락에 실은 성모의 고통, 그리고 희망”

이용수씨 제공

“부모보다 먼저 간 자식은 불효자라 하였는디, 어찌허여 내 아들 예수는 뭐가 그리 급하단고.”

고수의 북 장단에 맞춰 구성진 우리 가락에 마리아의 통곡이 이어진다. 마리아의 일곱 고통을 장장 1시간에 걸쳐 풀어낸 판소리 공연이지만, 상황에 맞는 장단의 변화와 흡입력 있는 소리꾼의 소리에 시간을 잊게 된다. 바로 이용수(마르첼리노·서울 대치2동본당·국민문화연구원장)씨의 ‘성모칠고’ 공연이다.

‘성모칠고’는 마리아가 예수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겪은 일곱 가지 큰 고통을 말한다. 판소리는 천사가 예수 탄생을 예고와 예수 탄생부터 ▲시메온의 예언 ▲이집트로 피난 가시다 ▲성전에서 예수를 잃음 ▲십자가를 지신 예수와의 만남 ▲십자가에서 예수 죽으심을 보다 ▲성시를 안으심 ▲예수님 장사를 지내심 등의 칠고를 담았다. 그러나 이씨는 판소리에 마리아의 고통만을 담지 않았다. 판소리의 마지막을 ‘성모 승천’으로 마무리해 희망을 노래했다.

이씨는 무형 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이수자다. 1970년 판소리에 입문한 그는 수궁가뿐 아니라 적벽가, 흥보가, 춘향가, 심청가 등을 배우고 다양한 공연활동과 창작판소리를 펼쳐왔다. 그러던 중 한 성지에서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한국 성인들의 성화를 보고 판소리로 신앙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느끼게 됐다. 고(故) 김자문 신부의 제안으로 ‘예수 수난 복음’을 판소리로 창작하게 됐다.

“한국적인 소리와 한국적인 표현으로 성경의 이야기가 우리 피부에 와 닿도록 전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관객과 소통을 하면서 하는 공연이기에 울림이 더 크지요.”

이씨는 2008년 서울 대치2동성당에서의 ‘예수 수난 복음’ 창작판소리를 시작으로, 서울, 경기, 부산 등 공연을 원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공연해왔다. 이씨는 앞으로도 창작판소리를 통해 복음을 우리 정서에 맞게 전하는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또 이미 창작한 ‘예수 수난 복음’이나 ‘성모칠고’도 원하는 본당이나 단체를 위해 공연해 나고자 한다.

“성경을 뼈대로 종합예술인 판소리의 표현으로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판소리 공연이나 강의가 필요하시다면 기꺼이 봉사하고 싶습니다.

※문의 02-778-9358 국민문화연구원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