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를 끊겠습니다”
- 윤명희 수녀(실비아·살레시오수녀회·구립 신월청소년문화센터 센터장)
삼겹살을 너무나 좋아하던 내가 금육을 선언했다
왜? 나의 단절을 통해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예수님께 사랑을 고백하고 싶어서…
그리고 10년 넘게 고기 없는 식사를 통해서 나만의 환경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연륜이 깊어지고 겸손해지며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하지요. 하지만 젊었을 때의 열정에 비할 수 있을까요? 제가 훨씬 더 젊고 순수했던 시절,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뛰어들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고기를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진짜야?” 동기 수녀가 눈이 동그래져서 말했습니다.
“수녀님이?” 언니 수녀님도 놀라 물었습니다.
“네, 오늘부터 쭈욱~”
“사순 결심치고는 너무 근사한데. 삼겹살 킬러가.”
사순절이면 어김없이 세우는 공동체의 영적 결심과 물적 절제, 그리고 개인 결심들. 나는 과연 맛있는 고기들을 끊고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요?
삼겹살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누군가 밥을 사준다면 삼겹살이길 원했고, 일주일에 한 번은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음식, 공동체 또한 삼겹살을 구울라치면 “실비아 수녀님, 오늘 식사 시간에 있지?” 하고 확인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내가 금육을 선언하다니요. 그래도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했습니다. 우리에 대한 사랑으로 겸손히 사람이 되시고 고난과 수난의 길을 가시는 그분과의 40일을 어찌 먹고 싶은 것 다 먹으며 지낼 수 있겠습니까.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사순절을 거룩히,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지향으로 ‘창조질서 보존’을 위해 사순 시기를 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금육을 결심하고 난 후 고기를 먹을 좋은 기회들은 왜 자꾸 생기던지요. 지글지글 노랗게 익어가는 맛있는 고기들을 바라보면서 상추쌈만 먹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녔습니다. 시각, 후각을 비롯해 나의 모든 오감이 “왜?”라고 물었습니다.
격려의 말이 있는가 하면, “무슨 수녀가 음식을 골라먹어?”라는 핀잔도, “그러다 아프면 어쩔래?” 등등. 무엇보다 제 입이 고기를 너무 원한다는 게 문제였지요. 예수님의 수난과 비움을 묵상하는 시기에 고기가 뭐라고, 참 우습지요?
여러 가지 나의 생물학적 본성을 제어해줄 이성적 논리들을 찾아 무장을 시작했습니다. 알고 있는 지식을 강화해가며 육식이 사라진다면 많은 환경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자꾸 되뇌었습니다. 축산업은 산림파괴의 가장 주된 원인입니다. 지구의 허파라 일컫는 아마존 산림의 90%가 소떼 방목과 가축용 사료작물 재배를 위해 사라진다는 사실, 사막화로 이어지는 전 세계 토양 침식의 50% 이상이 가축 때문이라는 것, 축산의 부산물로 인한 온실가스 문제와 수질오염, 물 부족 시대에 인류가 사용하는 물의 많은 부분이 육식 산업을 위한 것이라는 것 등등. 내가 육식을 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이 모든 것에 앞서 왜 나는 이 사순절에 금육을 선언하는가? 그렇습니다. 나는 예수님이 사랑하셨을 모든 피조물과 피조물들을 위해 만드신 자연 질서를 조화롭게 보존하는데 나의 단절을 통해 예수님께 사랑고백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하느님으로서 그 무엇이든 하실 수 있는 분이 유한한 인간이 되어 오셔서,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에 모진 수난과 고통을 참아 받으신 그분께, 저는 금육으로서 창조질서 보존이라는 꽃다발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40일간의 금육에 성공을 했고, 그 후로도 저는 10여 년째 고기를 먹지 않고 있습니다. 고기 없이 간소하기 만한 나의 식사는 여전히 맛있고 행복하며, 젊지 않은 나이를 살아감에도 특별한 지병 없이 건강합니다. 고기보다 더 좋은, 나를 보살피는 여러 방법들을 실행할 힘이 생겼으니까요. 마음 안에는 늘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는 채식주의라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 물으면 “그저, 뜻하는 바 있어 하는 나만의 환경운동입니다”라고 작게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