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틀림’이 아닌 ‘다름’ (2)

차치학rn(프란치스코·제2대리구 석수동본당)
입력일 2019-03-12 수정일 2019-03-12 발행일 2019-03-17 제 313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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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깨닫고 반성하며 이를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장애 학생을 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 학생을 만나며 어떻게 해야 그들을 존중하며 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장애아주일학교의 소속으로 학생 신분이지만 어린 학생부터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까지 연령대가 다양했기에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또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장애 학생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기에,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에 장애 학생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핑계를 대며, 자기 합리화를 하며 학생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2박3일 연합 여름캠프를 떠나게 됐다.

캠프 2일차, 나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다 쉬러 들어온 몇몇 장애 학생들과 함께 강당에 남게 됐다. 간식 준비와 물놀이 안전 관리로 인해 혼자서 학생들을 보게 된 나는 적잖이 당황한 상태였다.

어떻게 해야 되지? 먼저 말을 걸어 볼까? 같이 놀자고 해 볼까?라고 깊은 생각에 잠긴 사이 한 학생이 나에게 찾아와 말하였다. “선생님! 노래 틀어주시면 안 돼요?” 나는 노트북과 빔 프로젝터를 연결하여 슬라이드에 화면이 표시되게 설정한 뒤 그 학생이 신청한 조pd의 ‘친구여’ 뮤직비디오를 틀어 주었다. 이를 본 다른 학생들도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장나라 노래 틀어주세요!” “선생님! 이정현 노래 틀어주세요!”

내가 먼저 다가가지 못해도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는 장애 학생들을 보며 더 이상 그들을 두려워하지도, 어려워하지도 않게 됐다.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르지 않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차치학rn(프란치스코·제2대리구 석수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