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이 말이 궁금해요] 대사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9-02-25 수정일 2019-02-27 발행일 2019-03-03 제 313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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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로 죄 용서받지만
죄에 따른 ‘잠벌’ 남아있어
잠벌 면제해주는 것이 대사

■대사(大赦, indulgence, indulgentia)[대사]

-죄의 유한(有限)한 벌인 잠벌을 사면하는 일.

1521년 대사 부여를 약속하는 고해 특전 준허 증서.

우리는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 앞에서 죄를 용서받는다. 하지만 교회는 그 죄에 따른 벌, 즉 잠벌(暫罰)은 남아있다고 가르친다. 잠벌은 죄에 대한 영원한 벌이 아니라, 지은 죄에 대해 잠시적으로 얻게 되는 유한한 벌이다. 우리는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 보속을 통해 잠벌을 면제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보속을 면제해 주는 것이 대사다.

대사는 초대교회 박해시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교회는 상당히 엄격한 방식의 보속규정을 두고 있었다. 죄를 지은 사람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년에 이르기까지 속죄기간을 거쳐야 죄에 해당하는 벌을 사면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규정은 박해시기에 지키기 힘들었고, 신자들이 다시 교회공동체에 돌아오는데 일종의 장애요소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주교들은 특별한 경우에는 속죄기간을 단축하기도 했는데 이것이 대사의 기원이다.

중세 초기에는 속죄기간의 단축이 아닌 속죄 자체를 사면하게 됐고, 중세 후기에는 대사가 남용하기도 했다. 당시 교회는 대사의 규제를 등한시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금전으로 죄를 면해주는 대사 증서가 등장해 이른바 ‘천국행 티켓’으로 오해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는 ‘면죄부’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대사에 관한 증서였다. 이후 트리엔트공의회는 대사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대사의 남용을 규제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대사에 관한 법을 제정해 대사의 의미와 규정을 명확하게 했다.

대사는 항상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황이나 주교가 대사를 선포한 경우, 지정된 기간에 특정 조건을 수행해야만 얻을 수 있다. 또 대사를 받기 위해서는 내적조건과 외적조건이 주어진다. 내적조건은 소죄(小罪)를 포함한 모든 죄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은총의 상태에 머무는 것이다.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잠벌 전체를 없애주는 전대사를 받을 수 있고, 불충분하면 잠벌의 일부만이 면해주는 한대사를 받게 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