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당신이 지으신 자연도 부르면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봄이 부르면 동토를 뚫고 나오는 풀잎도 성엣장을 따라 흐르는 여울물도 순리에 순응하는 자연 앞에서 차라리 저는 부끄럽습니다. 하느님이 앞에서 부르실 때 뒤돌아보다 흘린 영혼의 양식 아름다운 오솔길을 내어주실 때 더 넓고 쉬운 길을 찾다가 잃어버린 크고 작은 행복들 진리는 부조리 앞에서 더욱 명징하게 빛나고 당신을 거치지 않고 도달하는 지름길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뒤뜰에 심어놓은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대책 없는 욕심으로 무성한 가지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곧은 기둥 하나를 얻기 위하여 아낌없이 곁가지를 자르는 용기를 주시고 충실한 과일 한 알을 얻기 위하여 수많은 꽃과 열매를 따버려야 하는 아픔의 지혜도 허락하소서. 관심의 끈이 느슨해질 때 유혹의 손길이 가차 없이 뻗쳐옴도 알겠습니다. 타인의 단점에서 내 눈을 가려야 그 사람 장점이 보이듯이 내 손을 먼저 가슴에 따뜻이 데워놓아야 남의 찬 손을 감싸줄 수 있음도 알겠습니다. 저는 종종 하느님이 너무 먼 곳에 계신다는 생각에 가슴 서늘해지면 여느 아버지와 자식 간의 일상처럼 하느님 옷자락을 잡고 미숙한 철부지로 칭얼거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빠! 오늘은 저 한 조각 흰 구름 같은 솜사탕이 먹고 싶습니다.”정혜경(아녜스·서울 자양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