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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특집] 사순 시기 열쇳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9-02-25 수정일 2019-02-26 발행일 2019-03-03 제 3134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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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올해 사순 시기가 시작된다. 사순 시기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부활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이 시간동안 신앙인들은 재(齋)를 지킬 뿐만 아니라 극기와 희생, 보속을 실천하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한다. ‘희생’, ‘극기’, ‘보속’ 등은 사순 시기를 대표하는 열쇳말이다. 각 단어가 지니는 뜻을 살펴보며 사순 시기의 의미를 다시금 묵상해 본다.

■ 재(齋)

교회서는 금식을 ‘대재’로

재의 수요일·성금요일 지켜

심신의 관리를 위한 절식, 절주 내지는 금식과 금주를 가리킨다. 「한불자전」(韓佛字典)에서는 식음의 절제(節制) 또는 전폐라고 밝혔다. 또 ‘재일’(齋日)을 단식 혹은 절식(節食)하는 날이라고 했다.

교회에서는 금식을 대재(大齋)라 해서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 지킬 것을 권고한다.

대재는 큰 재, 즉 단식하는 재로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님 수난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초대교회 때부터 사순 시기와 재일 중 신자들이 지켜야 할 의무로 여겨져 왔다. 소재(小齋)는 작은 재, 육식하지 않는 재다.

「교회법」 제1251조는 ‘재의 수요일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난하시고 죽으신 성금요일에는 금육재와 금식재가 지켜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연중 재를 지키는 횟수는 각국 교회 관습에 따라 다르다.

■ 속죄

인간의 죄를 대신해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심

사전적 뜻으로는 ‘상대방에게 지은 죄를 씻고 상호 간에 범죄 이전의 유대를 회복하는 일’로 풀이된다. 그리스도교에서는 ‘하느님을 거스른 인간의 죄를 그리스도가 대신 보속하고 인류를 하느님과 화해시킨 일’로 지칭한다. 사순 시기에 가장 자주 드러나는 단어 중 하나다.

구약에서는 속죄가 하느님께 죄를 지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친교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반면 신약에서 속죄는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잘못 때문에 죽음에 넘겨지셨지만, 우리를 의롭게 하시려고 되살아나셨습니다”(로마 4,25)처럼, ‘고난 받는 종’의 개념으로 드러난다.

「가톨릭대사전」은 “속죄는 하느님이 베푸신 자비이며, 충실한 대사제(히브 2,17), 그리스도께서 흘리신 십자가의 피로 인한 결과(로마 5,9;에페 2,13-16)”로 밝힌다. 한편 ‘대속’(代贖)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음으로써 만민의 죄에 대해 대신 속죄하였음을 의미하는 신학 용어다.

■ 통회

하느님께로 돌아서겠다는 회개의 결심

일반적으로 자신의 범한 죄를 아파하면서 동시에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덕(德)의 행위를 말한다.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선언 편람」에서는 “지은 죄에 대한 마음의 고통이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그 죄를 미워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죄로 말미암아 하느님 마음을 상해드렸음을 뉘우치며, 자기 마음을 돌려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회두’(回頭)로 말하기도 한다. 죄지음을 슬퍼한다는 것은 죄로 인해 하느님 관계가 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회는 이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동반된다.

통회는 고해성사의 구성요소로서 참회하는 사람의 세 가지 행위인 통회, 고백, 보속 가운데 가장 중요한 행위다. 통회가 없으면 죄 사함을 받을 수 없다. 또 ‘완전한 뉘우침’(상등통회·上等痛悔)과 ‘불완전한 뉘우침’(하등통회·下等痛悔) 두 가지로 나뉜다.

「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통회는 나쁜 결과에 대한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마음과 생각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죄를 멀리하고 하느님께로 돌아서겠다는 회개의 결심이다. 그런 면에서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수반돼야 한다.

■ 보속

고해성사 뒤 잠벌

보속으로 대가 치러

넓은 의미에서 ‘끼친 손해의 배상’을 말하지만, 그리스도교 신학에서의 보속은 지은 죄를 적절한 방법으로 ‘보상’하거나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좁은 의미에서는 고해성사의 구성요소다. 고해사제가 부과하는 기도나 선행을 말한다. 이는 이미 지은 죄로 인한 잠벌을 기워 갚는 것이요, 영혼의 허약함을 치료해서 다시 죄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세례 받기 전의 죄는 세례성사로 벌까지 모두 용서받지만, 세례 후의 죄는 고해성사로 용서받는다. 하지만 죄의 벌까지 모두 용서받는 것은 아니고 지옥 벌만 용서받게 된다. 즉 잠벌이 남아있다. 잠벌은 영원한 벌에 대한 일시적인 벌, 혹은 연옥 벌을 말한다. 이는 인간 자신이 기워 갚아야 하므로 보속이 요청된다. 1551년 트리엔트공의회는 “고해성사 뒤의 잠벌은 남아 있으므로 사제는 보속을 정해주어야 한다”고 공표했다.

전통적으로 기도, 금식, 자선은 보속 행위의 세 가지 유형이다. 보속 행위의 의미에 대해 「가톨릭대사전」은 “그리스도인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것을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께 발원하는 인격적 약속으로, 또 용서받은 죄인이 자발적인 정신적·육체적 극기를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고 밝힌다. 아울러 “죄가 남긴 상처, 통회에 있어서 사랑의 부족 등으로 사죄 후에도 신자의 마음속에 어두운 부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준다”고 언급한다.

■ 극기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한 수련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자신을 극복하는 것을 말한다. 초기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예수를 따르는 신자들을 경기에 승리하기 위해 자신을 단련시키는 선수로 비유했다.(1코린 9,24-27)

단식 및 절제, 자선과 기도는 그리스도를 따르고 닮기 위한, 또 그리스도의 성령에 예민해지기 위한 수련 방법으로 간주했다. 순교와 동정은 가장 훌륭한 고행으로 숭상됐다. 이런 극기와 고행이 그리스도교 완덕에서 비중을 갖게 된 것은 313년 그리스도교가 공인되면서부터다. 순수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구현하기 위해 은수자들은 사막을 택했고 그 생활 안에서 고행을 실천했다. 사막 은수자들과 교부들을 통해 만들어진 전통적 수덕(修德) 신학에서는 고행 문제를 도덕적 훈련 및 신비적 훈련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봤다. 안문기 신부(대전교구 원로사목자)는 「은혜로운 계절축제」에서 “과거에는 고행(극기, 편태, 은둔생활)이 그리스도교 완덕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현대에 와서는 완덕 개념이 영육의 조화된 일치와 공동체성을 중시하게 되면서 고행의 의미와 역할은 신학적 반성의 주제가 되어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