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 편지] 그 마음 그냥 좋아서 / 이창옥

이창옥(요셉)수필가
입력일 2019-02-25 수정일 2019-02-26 발행일 2019-03-03 제 313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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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이곳저곳을 답사하고 귀가하는 길에 더듬어 생각한다. 이곳 막내 가족. 아들과 며느리, 손녀 ‘한나’ 그리고 금쪽같은 짝 ‘노시연(데레사)’ 등. 온 가족과 하루를 새롭게 만든 추억거리가 마냥 즐거웠고 고마웠다.

이곳 호주에 와서 지난 8일간의 여정은 매우 살갑고 수련했다. 나의 팔순 건강을 가늠한 순간들이었다. 온 가족이 은밀히 나의 건강을 살펴보았으리라.

그러나 난 나대로 체력과의 싸움을 했다. 나아가 나에게 힘을 실어 주었고 다시 새로운 활력과 용기를 갖게 하는 순간인가 싶다. 우리 나이가 좋은 것은 단순히 살기보다 조화롭게 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은 행복의 어머니인 것을 터득한 오늘이다.

더욱이나 아들이 빠짐없이 하루하루 이곳저곳 명소로 안내하고 보살피고 마음을 쓰는 것을 보며 한층 갸륵하고 흠신하고 하뭇했다. 아들이 이렇게 성장한 것을 확인하니 우릴 기쁘게 하는 그 성의를 길고 길게 곱고도 곱게 간직해 더욱 건강하게 사는 것만이 보답이 아닌가 한다.

막내의 대학생활과 강의, 가정생활과 가족, 사회생활과 위치, 신앙의 종교관(가톨릭) 모두가 자기기록이 된다. 그런 무늬를 헤쳐 가며 오늘에 이르렀는가 싶다. 대견하다. 생활의 멋과 맛을 잘 알아 실천하는 가정생활도 역력하지 않은가. 가슴으로 마시는 사랑을 보는 듯하다.

이곳 호주에 와서 8일이 지났는데도 길게 또는 짧게 청량한 바다와 물, 근엄한 숲, 드넓은 푸른 광야 등 쉼 없이 명소를 찾았다.

이런 환경에서 아들이 자신의 이상을 높인 것이 아닌가 하고 짚어 본다. 여기에서 감수한 사색과 더불어 만들어 가는 자세는 기특한 인격 수양의 결과물 아니던가.

아들을 보면 교양과 지식을 갖춘 인격체의 행복을 보는 듯싶다. 이처럼 훌쩍 컸구나. 특히 이 모두가 경영학 정교수로서 경영학을 연구한 창의성과 인격 교양 덕분에 온 노고의 결과물 같다. 이는 칭찬에 앞서 고마움이다. 하늘이 내린 알파며 오메가며, 무조건적인 사랑인 아가페다.

이 모든 일들은 개인의 수련에서 비롯됐고, 성장의 잠재력은 아들의 집착에서 온 강한 의지와 결실이 이미 정리된 목표였다. 앞으로 그렇게 이어지고 나아가 변화된 이상 실현으로 전개되길 기대한다.

온 가족 특히 며느리의 내조가 있었기에 내 아들이 순탄히 가정을 이끌지 않았는가 싶다. 가족이란 홀로 이루지 못한다. 내조의 힘은 겉으론 잘 나타나지 않으나 삶의 향기에서 그 자리가 뚜렷해진다. 이것이야말로 소록소록 피어나는 심오한 가족 사랑이 아닐까?

가족이란 범주에서 알뜰하고, 그 순수한 마음에 꾸밈이 없어 온전히 그냥 좋을 뿐이다. 달처럼 해처럼 떠오르는 얼굴 얼굴들이 모두 그립고 고맙다. 이 모습들이 영혼을 채우는 사랑이 아닌가. 가족들이 그리운 걸 보니 나는 참 복이 많은가 보다. 우리에게 성가정의 모범이 돼 항상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소망성취의 열쇠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결코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소중한 순간순간들을 가슴에 새기며 도움과 즐거움을 준 내 옆의 가족들. 홍소를 터뜨리는 손녀 ‘한나’를 비롯한 호주의 막내 아들네 가족에게 이 한 편의 글을 띄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창옥(요셉)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