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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어린 명태는 돌아올 수 있을까? / 장호균

장호균 (다미아노·제1대리구 대천동본당)
입력일 2019-02-12 수정일 2019-02-12 발행일 2019-02-17 제 313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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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명태는 돌아올 수 있을까? 명태자원 회복을 위해 2019년 한 해 포획을 금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2014년부터 양식기술을 통해 탄생한 어린 명태를 방류하는 등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해오던 해양수산부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금어 기간을 설정한 것입니다.

10여 년 전 안성지구 중고등부 행사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자 당시 지도신부였던 던지실본당 주임신부님께서 각 본당 중고등부 교감과 청소년위원장을 소환했습니다. 불벼락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회의는 무사히(?) 끝났고, 옛 성전 부속건물 구석에 걸려있던 가마솥에서 끓인 동태찌개의 깊은 맛도 맛이지만 추위와 마음까지 녹여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가곡 노랫말에서는 가난한 ‘시인의 안주’이며 한국인 어류 소비량 중 1위인 ‘국민생선’ 명태가 근해에서 사라진 것은, 지구 온난화보다는 어린 명태 노가리의 무분별한 남획이 1차적인 원인일 것이라고 합니다. 심해에 사는 명태는 수온변화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 그렇다면 다행이겠으나 정작 바다 속은 건강할까, 과연 명태가 돌아와 살 수 있을 만큼 건강한 생태계일까?

동해에서 오징어 어획량 감소 이유는 무엇이며, 명태의 실종은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바다 산성화와 사막화(백화)’ 현상과 같은 해저 생태계의 악화와는 상관이 없는지 의문입니다. 지금 어린 명태의 운명을 예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어린 명태의 운명은 바다 생태계와, 바다 생태계는 인간과 공동 운명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찬미받으소서」 3항)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도 우리의 소비방식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값싼 제품을 대량 생산하게 된 것은, 선진국의 ‘오염의 외주화’와 인간의 소비방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책임이 전부 면책될 수는 없겠지만 공동의 책임을 부인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급박하고 전면적인 이 위기의 극복은 결국 인류의 삶의 방식의 변화로, 문명의 대전환으로 귀결되고 있지만 실패에서 어떤 중대한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그 이상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당분간 저의 미사 지향은 이 자리에 머물게 될 것 같습니다. ‘생태사도직의 개인적, 공동체적 활동에 힘을 주는 신비와 영성’(「찬미받으소서」 216항)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장호균 (다미아노·제1대리구 대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