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의정부교구 민화위, 설맞이 이산가족 위령미사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9-01-29 수정일 2019-01-29 발행일 2019-02-03 제 313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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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가족들… 만날 날 있겠지”

1월 26일 경기도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봉헌된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설맞이 이산가족 위령미사 후 신자들이 차례를 지내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

설을 앞둔 1월 26일 오전 11시가 가까워지면서 의정부교구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에는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독 머리가 허연 어르신들이 눈에 들어왔다.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강주석 신부)가 주관하는 설맞이 이산가족 위령미사를 봉헌하려는 실향민 1세대 신자들이었다. 80~90대 실향민 1세대 어르신들이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은 사무치는 분단의 한이 얼굴에 서려 있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실향민 가운데 최고령 중 한 사람인 채상옥(요셉·90·의정부교구 파주 운정본당)씨는 매년 설과 추석을 즈음해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봉헌되는 이산가족 위령미사에 빠지지 않는다. 그는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고 고향인 황해도 연백에서 혈혈단신 배를 타고 인천에 내렸다”며 “이후 서울에 자리 잡고 가정을 이루기까지 고생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채씨는 설 명절이 다가오면 고향과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사무친다.

채씨는 부모님은 돌아가셨겠지만 사촌이나 조카들은 북에 아직 살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희망의 끈도 놓지 않았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해도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고향에 있을 혈육을 위해 매일 기도하며 고향 산천이 어떻게 변했을까 그려봅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기회가 오면 다시 해보려고 합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이기헌 주교 역시 평양이 고향인 실향민으로서 “이제는 대부분 돌아가신 이산가족 1세대가 느끼는 실향의 아픔은 실향민 2세대나 3세대는 잘 알 수 없을 만큼 크다”고 공감을 드러냈다.

이날 미사에는 또 다른 우리 시대 실향민인 북한이탈주민들도 함께했다. 한소피아씨는 “북에 두고 온 가족이 어느 때보다 그리운 이 때 이산가족 위령미사를 봉헌하니 남다른 소회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미사 후에는 제대 앞에 차례상을 차리고 지금도 살아 있거나 돌아가신 조상들에게 절을 올리는 시간도 가졌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