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고통이 원망의 이유는 아니다 / 박영호 기자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9-01-08 수정일 2019-01-08 발행일 2019-01-13 제 312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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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반복되면 원망으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왜 나한테만 이런 불행한 일이 자꾸 생기는지, 가족과 친지, 주변 사람들, 사회를 원망할 수 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신까지도 원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고통의 무게와 정도를 생각하면 그런 원망도 무리가 아니다. 신은 누구에게든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을 주신다고 하지만 때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고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취재한 한 소아마비 중증 장애인의 고통도 그러했다. 소아마비, 빈곤과 불우한 가족사에도 불구하고 밝게 살아가던 그는 급기야 허름하지만 50년을 살던 집을 한순간에 화재로 잃었다.

온몸에 화상을 입었고, 이제 몸을 누일 움막 하나 없다. 누군가를 원망할 만도 하지만, “다 제 일인데요…. 원망하고 그런 거 없어요….” 하며, 미소로 고통들을 받아들인다.

왜 불행은 항상 어려운 이들에게 그리 찾아오는지,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기는 힘들다.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가득하기를 빌지만, 정작 현실은 오히려 가난한 이들에게 더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놀랍게도 종종 우리는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게서 남 탓과 원망보다는, 고통을 섭리로 받아들이는 지혜를 발견한다. 가난한 이들이 고통을 겪어내는 모습은 종종 사소한 자기 이익이 침해됐다고 남을 원망하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부끄럽게 하곤 한다. 가난한 이들의 고통은 많은 것을 가르친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