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함께 떠나지 못한 성지순례에서 얻은 깨달음

곽세리(마리아)
입력일 2018-12-31 수정일 2019-01-08 발행일 2019-01-06 제 312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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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카오 소재 성요셉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학문화사 석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마카오교구의 주보에 칼럼을 쓰게 되면서, 본국 신자들에게도 가톨릭 역사와 소식을 알리고 싶어 글을 씁니다.

어느덧 마카오에 머무르게 된 것이 7개월이 되었다. 성지순례를 통해 성령의 부르심을 받아 이곳에서 교회역사를 공부하며 성령이라는 것은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성탄이 다가오면서 함께 수학하는 현지 비그리스도인 동료들에게 가톨릭이라는 종교 그리고 성령의 존재를 알리고자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이 숨을 거둔 중국 광동성의 상천도로 성지순례를 계획하게 되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천주교성당이 곳곳에 가득한 이곳에서 교회역사를 공부하게 되면서, 지병이 있다는 것을 잊을 만큼 열정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출발 날이 다가오자 몸이 아파왔다. 하느님은 어째서 나에게 건강을 허락하지 않으셨을까? 지향이 부족했을까?

그런 의문과 함께 상천도로 향하는 동료들을 배웅하게 되었다. 12월 쌀쌀한 날씨에 그곳에 있었을 성인을 기념하고 싶었다. 성지순례를 대신하여 성인의 생애를 떠올리며 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되었다.

16세기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서 태어난 성인은 동양으로 처음 선교를 왔던 예수회 사제들 중 가장 대표적인 성인이다. 인도를 시작으로 중국 명나라에 복음을 전파하고자 항해를 하던 중 상천도에 머무르게 되었다. 함께 왔던 예수회 학생을 먼저 돌려보낸 성인은 배를 기다리던 중 열병으로 생을 마감하며 하느님 곁으로 가게 되었다. 그 사실을 기억하니 상천도 성지순례에 합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사라졌다.

무사히 여행을 떠난 동료들을 보며 하느님은 나에게 또 다른 사명을 부여하셨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하느님이 나에게 부여하신 탈렌트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개인의 즐거움과 만족보다는 신자들 그리고 우리의 신앙을 모르는 더 많은 이들에게도 전파하라는 뜻을 느꼈다.

끝내 이루지 못한 상천도 성지순례 계획을 통해 나는 병이라는 육체적인 고통을 아픔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하느님은 또 다른 축복을 주셨음을 기억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성지순례를 통해 그리고 지금은 학업을 통해 영적인 변화를 맞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한때 냉담을 하기도 했던 내가 아픔을 잊고자 지나치게 성령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신부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이러한 변화를 삶의 일부로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는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이야기를 고해성사라는 것을 통해 들어주는 사제가 있고, 하느님은 어떤 죄도 용서를 해주시고 성령을 통해 축복을 주신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곽세리(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