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기획] 주님 공현 대축일 의미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18-12-31 수정일 2019-01-02 발행일 2019-01-06 제 3127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예수님 탄생, 모든 민족에게 드러내
 그리스도 탄생과 공현 기념
‘황금·유향·몰약’ 예물로 봉헌
 임금께 드리는 경의의 표현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에게 황금과 유향, 몰약 3가지 예물을 드렸다고 성경에 기록돼 있다. 사진은 동방박사 옷을 입고 예물봉헌을 하고 있는 독일 청년들. CNS 자료사진

주님 공현 대축일은 별의 인도를 받은 동방박사들의 아기 예수 방문으로 그리스도의 빛이 온 세상에 비춰짐을 기념하는 날이다. 원래 1월 6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교우가 이날을 경축하도록 하기 위해 1월 1일 다음에 오는 주일에 지낸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동방교회에서 유래했다. 이집트와 아라비아 등지에서 낮이 점차 길어지는 1월 6일에 그리스도의 탄생과 공현을 함께 기념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가 참 빛임을 드러내려 했다. 즉 성탄 축일과 공현 축일을 함께 지냈다.

4세기경 동방교회의 이러한 기념이 서방으로 전파되면서 의미가 변화됐다. 서방교회에서는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기 위해 베들레헴에 온 것을 기념했다. 곧 그리스도로 오신 예수의 탄생에 ‘그분의 탄생을 이방 민족들 모두에게 드러내 보이셨다’는 의미가 공현 축일에서 강조됐다.

■ 동방박사는 누구인가?

마태오 복음서의 예수 탄생 이야기는 루카 복음서와 마르코 복음서에 기록되지 않은 동방박사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마태 2,1.2)

여기에 등장하는 ‘박사들’(복수-마고이 magoi, 단수-마고스 magos)이라는 용어는 현자 또는 꿈의 해석자라는 뜻이다. 수세기 후 점술이나 마술 등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일반화 됐고, 예수의 활동 당시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성향을 지닌 이들과 사기꾼 마술가로 구분됐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천문학적 지식을 지니고 있던 이들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해, 별이라는 하느님의 자연 계시를 통해 유다인들보다 먼저 예수의 탄생을 알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로써 이날 전례 주제는 그리스도께서 이방인의 빛으로 널리 계시됐다는 내용이다. 구약의 독서를 통해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불러 당신 백성으로 삼으셨지만, 신약에 와서 유다인들에게 약속된 복음 선포가 이방인들에게도 전파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서방교회의 첫 교부인 테르툴리아누스는 ‘마고스’를 왕들이라 설명했고, 6세기 유럽에서는 이런 전통을 계승하고 보완해 ‘마고스’를 왕으로 추대했다. 이후 발타사르, 멜키오르, 가스발이라는 삼왕의 이름까지 붙여져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 황금, 유향, 몰약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

동방박사를 다룬 많은 작품들에서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마태오 복음서에는 숫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지만 3세기 교부 오리게네스가 아기 예수에게 황금과 유향, 몰약 세 가지 예물을 드렸다는 기록에 준해서 이들의 숫자를 셋이라고 간주했다.

동방박사의 예물봉헌은 임금께 드리는 경의의 표현이며, 그들이 가져온 선물은 그리스도 신비의 세 가지 요소를 가리킨다. 황금은 만왕의 왕인 예수의 왕권을, 유향은 대사제로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몰약은 장례예식에 쓴 약물로 예수 수난의 신비를 의미한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