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진한 감동을 준 그의 아름다운 퇴장

유정열(가리노·인천 연희동본당)
입력일 2018-11-27 수정일 2018-11-28 발행일 2018-12-02 제 312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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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봉사단체를 이끌고 있는 각 성당 대표로 구성된 단체SNS방(이하 ‘단톡방’)에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성당 사회복지분과장 10년 동안 장기집권 마치고 물러납니다. 그동안 감사드리고 고맙습니다! 낼 마지막 소임을 마치고 단톡방에서도 나가겠습니다!’

그의 글을 보면서 4년 전의 일이 하나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2014년 2월, 저는 동네의 어느 문학단체 활동을 그만두게 됐습니다. 2월 모임이 있던 날, 저는 그날 아침에 전화기를 들고 회장에게 마치 총알을 쏴대는 것처럼 그만두게 됐다고 일방적으로 말하면서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있는 모임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 사건은 나에게 지워지지 않는 부끄러움으로 남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사람들에게 떠나가는 자의 아름다움을 얘기했는데, 저의 모습은 그것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드디어 모임 날 저녁이 됐습니다. 회의가 열리는 장소에 약속대로 형제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이미 전날에 올린 글을 통해서 그가 그만둔다는 것을 안 회원들은 환한 모습으로 그와 악수하면서 그동안의 수고에 대해 고마워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옆에 새로 된 분과장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회의 진행을 해야 하므로 급히 물어봤더니, 직장 일이 조금 늦게 끝나서 오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회의가 시작됐습니다. 각 성당 대표들은 한 달 동안 활동한 것을 차례대로 보고했습니다. ○○○성당 순서가 됐습니다. 형제님이 일어나서 보고서를 들고 중요한 내용을 천천히 말했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기가 막히게도 그 순간에 새 분과장이 들어왔습니다. 그가 때 맞춰서 온 덕분에 새 분과장을 회원들에게 소개하고 간단히 소감을 들었습니다. 정해진 순서가 거의 끝날 무렵, 내가 마이크를 잡고 한 마디 했습니다.

“요즈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힘드실 겁니다. 그런데 관둘 때 단톡방에서 일방적으로 나가거나 회합에 나오지 않고 그냥 전화로 알려서 안타깝지 않았나요. 오늘 형제님은 그런 면에서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나는 형제님과 새 분과장을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많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습니다. 전임자와 후임자가 서로 사랑스럽게 안으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은 뒤 힘차게 안았습니다.

그날 밤, 집에 와서 새로 주소록을 만들고 있을 때 단톡방에 형제님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뒤에 그는 단톡방에서 나갔습니다. 그 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소중한 당신, 당신을 늘 응원합니다.’

유정열(가리노·인천 연희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