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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삭간몰 기지 소동과 북한 비핵화 / 이원영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8-11-20 수정일 2018-11-21 발행일 2018-11-25 제 312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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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신고되지 않은 북한: 삭간몰 미사일 운용 기지’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북한에 20개로 추정되는 미사일 기지 중 13개를 확인했고 비무장지대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기지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s) 기지로 신고되지 않고 운용되고 있으며, 이는 ‘중거리탄도미사일’(MRBMs)로 쉽게 변용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의 언론들은 이를 인용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밝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다. 신고와 사찰 문제로 북미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이 누구에게 어떤 절차로 신고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에 대해 야당과 보수 언론들은 청와대가 북한의 대변인이냐며 공세를 퍼부었다. 그런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삭간몰 기지는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며, 북한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는 ‘가짜 뉴스’라고 자신의 트위터에서 반박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북한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대변인이 됐다고 비난받아야 하는가?

보고서 저자 중 한 사람인 빅터 차는 오마바 행정부 시절 북한 붕괴론을 주장했다. 북한 붕괴론은 더 이전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에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북한은 붕괴하지 않았다.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대비한 정책은 소위 ‘플랜 B’로 있어야 하며, 공식적인 대외정책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공격하는 미국의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장해 왔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전통적인 입장을 바꾼 것이라면 전형적인 진영 논리다. 문제는 진영 논리로 북한 비핵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교착 상태의 북미 협상 진전을 위해 북한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만일 북한이 미국의 상응 조치 없이도 선제적으로 핵시설과 핵물질 및 미사일 기지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하고, 사찰 일정을 조율한다면 어떨까? 이를 통해 북한의 진정성을 국제사회가 확인하고, 미국에 대한 북한의 ‘안보 트라우마’ 해소 방안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찾아 미국을 설득한다면 한반도 평화를 향한 북미 협상은 빠르게 진전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은 북한의 편이 아니다. 북한이 억울하더라도 북미 협상의 진전 방안을 우리와 함께 찾아내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그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마태 25,13)에 이렇게 우리가 할 일을 하면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마태 25,34), 곧 평화의 한반도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