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위령성월 / 남승용 신부

남승용 신부 (대건청소년회 법인국장)rn
입력일 2018-11-20 수정일 2018-11-20 발행일 2018-11-25 제 312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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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누구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주제입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죽음에 대해 묵상하며,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 아버지께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사목현장에서 병자성사와 장례미사를 집전하면서, 수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에 보내드렸습니다. 병자 영성체에 정성스레 임하셨던 할아버지, 할머니들. 병고를 이겨내시며 호전되다가 돌아가셨던 중고생 자녀를 둔 40대 아버지.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20대의 젊은 청년 등등.

사제품을 받고 처음으로 임종의 순간을 맞이했던 때가 기억납니다. 저녁미사 30분 전 고해소로 들어가려던 때였습니다. 사무장으로부터 급한 병자성사 요청이 들어왔고, 그곳은 성당 맞은편 3분 정도 거리였기에 저는 재빨리 병자성사 준비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할머니께서 식사하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일어나지 못하셔서 따님이 119에 신고한 상황이었습니다. 따님은 열심한 신앙인이셨기에 병자성사 청하는 것을 잊지 않으셨지요.

제가 도착한 당시에 할머니께서는 끝내 일어나지 못하시고 의식이 없던 상태였습니다. 곧바로 가족들과 함께 병자성사를 집전하였고, 성사가 끝나는 동시에 119 대원분들이 도착하였습니다. 할머니에게 응급조치를 했지만,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는 말씀을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임종을 돕는 기도를 바치면서, 죽음이 일상에서도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할머니의 영혼을 위해 마음 다해 장례미사를 집전했습니다. 그동안 장례미사를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봉헌하지 못했던 저는 그 사건 이후에 더욱 정성을 다해 장례미사를 집전하게 됐습니다.

‘밀알 하나’라는 이 지면을 통해, 저는 장례 발생 시 항상 뒤에서 봉사하시는 연령회원 분들과 여러 봉사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자신의 삶을 뒤로하고, 장례가 날 때마다 언제든 봉사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어떤 연령회장님은 저녁식사 회식 때 음주를 했는데, 갑작스런 장례가 나서 당시 선종봉사가 어려웠다고 하시면서, 그 이후로 좋아하던 술을 끊겠다는 결심까지 하셨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빈소를 찾아 위령기도를 바치며, 유가족들과 함께 해 주시는 교우분들의 모습은 우리 교회의 큰 보물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도 우리의 든든한 연령회와 교우분들은 빈소를 찾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당신에게”(HODIE MIHI, CRAS TIBI)라는 라틴어 격언처럼 영원한 생명을 위해 항상 준비하는 오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남승용 신부 (대건청소년회 법인국장)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