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창단연주회 펼친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rn박정숙·성기화
입력일 2018-11-13 수정일 2018-11-13 발행일 2018-11-18 제 312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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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 전하고픈 마음, 노래에 실어 보내요

11월 9일 분당성마르코성당에서 열린 창단연주회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허리 펴고, 앞을 보고, 손 내리고, 숨을 깊이 들이쉬고….”

11월 3일 오후 6시 교구청 제4회의실.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지휘 오선주, 영성지도 김태완 신부, 이하 합창단) 단원들이 연습에 한창이다.

단원들은 오선주(루치아) 지휘자 지도에 따라 모음 창법을 한동안 연습했다. 단원들은 발성 연습으로 음감과 리듬감을 키웠다. 오 지휘자는 매주 수·토요일 두 시간 동안 단원들이 예술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이끌고 있다. 단원들의 나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어느덧 시계가 8시를 훌쩍 넘기자 간혹 하품하는 단원들도 보였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표정에서 열정이 묻어났다.

2016년 7월 창단한 합창단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목소리로 성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교구 성음악위원회 산하에서 활동하는 단체다. 재미를 위해서라면 생활성가나 팝(Pop), 뮤지컬 속 노래 등 대중적인 곡들을 하고도 싶은 나이지만, 합창단은 정통 교회음악을 고집한다.

연습 중 오 지휘자는 단원들에게 “가사를 정확하게 외울 것”을 당부했다. 그레고리오 성가나 교회의 옛 성가들을 주로 부르다보니 가사 대부분이 라틴어다. 단원들에게는 가사를 발음하고 외우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어려움은 낯선 언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전통 합창방식인 무반주합창을 하다 보니 음정 등을 더 정확하게 잡는 훈련도 필요하다. 그러면서 단원들과 소리를 맞춰야하는 일은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연습이다. 그런 어려운 과정이지만 단원들은 불평을 하기 보다 더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의 내한공연을 보고 감동해 합창단에 들어왔다는 이동건(비오·12·제1대리구 신봉동본당)군은 “노래 연습과 공연을 할 때면 행복하고 뿌듯하다”며 “우리 합창단이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보다 더 나은 실력을 쌓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1월 9일, 이제 막 창단연주회를 마친 합창단이지만 2년에 걸친 준비기간에 열성을 다하다보니 주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연습 중 오 지휘자가 “작곡가인 한 수사 신부님이 유튜브를 통해 우리 합창단의 노래를 듣고서 ‘제가 의도한 대로 불러줘서 고맙다’고 연락해왔다”고 알리자 단원들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악보 보는 법, 발성, 화음, 가사 등 신경 쓸 것도 연습할 것도 태산 같았지만, 합창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어떤 기교적인 측면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합창단이 전하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하느님을 향한 마음’이다. 이번 창단연주회에서도 그레고리오 성가, 예수의 생애를 묵상할 수 있는 연주곡들, 교회의 성인·성녀들의 기도들을 노래했다. 연습 중에도 음악을 통해 하느님을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2016년 첫 오디션에 합격해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는 강민서(로즈마리·15·제1대리구 동탄영천동본당)양은 “합창단에 들어오기 전에는 왜 기도를 외워야하는지, 왜 성당에 다니는 지도 몰랐고, 성가도 그냥 미사 중에 부르는 노래 정도로만 생각했다”면서 “성가를 연습하고 연주회를 경험하면서 우리가 열심히 하면 하느님께서 꼭 들어주실 것이라고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우리 노래를 하느님께서 들어주시는 것처럼 우리 노래를 듣는 분들도 각자의 소리를 하느님께서 들어주실 것이라고 느끼게 되길 바라면서 노래한다”며 “하느님 자녀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 지휘자는 “2년이라면 연습기간이 상당히 짧은 편인데 아이들의 순수한 음색에서 ‘성가란 이런 소리를 내야하는구나’하고 느낄 때가 많다”면서 “정통 성가를 부르는 것이 어려울 텐데도 ‘우리는 성가만 부르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 덕분에 스스로 반성하고, 더 하느님 안에서 기도하면서 다가가게 된다”고 합창단과 호흡을 맞추는 소감을 전했다.

합창단은 2017년 1월 수원교구 신년음악회에 출연한 이래 십여 차례의 크고 작은 공연에 초청됐다. 이를 통해 교우들에게 교회음악의 아름다움과 거룩함을 체험하게 하고 특별히 전례 안에서 더욱 경건하고 거룩한 마음으로 주님을 찬미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고 있다. 합창단은 내년 1월 교구 신년미사 전례에 함께하고, 교구 신년음악회에서도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9일 분당성마르코성당에서 열린 창단연주회에 참석한 교구장대리 문희종 주교는 “천상의 아름다운 소리로 장식한 합창단의 공식적인 창단을 축하한다”며 “단원들이 노래 실력을 더 많이 쌓아 성장할 수 있도록 교우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창단연주회에 참석한 교구장대리 문희종 주교(맨 오른쪽)와 사제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rn박정숙·성기화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