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나전과 옻칠 그 천년의 빛으로 평화를 담다’展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9-04 수정일 2018-09-05 발행일 2018-09-09 제 3111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천년을 이어온 빛, 한국교회 역사를 비추다
… 4년 전 교황 방한·124위 시복 기념해 제작한 작품 3점 전시

청와대 사랑채서 28일까지
순교 역사부터 현재·미래까지 형상화
12월부턴 서소문 순교성지에 전시

나전칠화 대형 벽화 작품 ‘일어나 비추어라’를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들.

한국교회가 일어나 비추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가로 9m, 세로 3m에 달하는 나전칠화 벽화 ‘일어나 비추어라’(SURGE, ILLUMINARE)는 한국교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비추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울 효자로 청와대 사랑채 기획전시실에서 9월 28일까지 열리는 전시 ‘나전과 옻칠 그 천년의 빛으로 평화를 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의 전체적인 화두는 ‘평화’다. 공예를 핵심어로 반만년 역사 속 같은 유산을 물려받은 남과 북의 문화적 공감대를 확인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자 기획됐다.

‘일어나 비추어라’(이사 60,1)는 4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주제였다. 수원교구 옹청박물관(관장 최기복 신부)은 교황 방한 무렵 서울대교구 최창화 몬시뇰과 사공일(프란치스코) 전 재무부 장관 등을 주축으로 기념작품제작위원회를 결성해 ‘일어나 비추어라’ 작품 3점 제작을 추진해왔다. 작품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과 한국순교자 124위 시복을 기념하고, 남북한 통일과 생명문화 회복을 실현하기 위해 제작됐다.

김경자(한양대 명예교수) 작가 지도 아래 인간문화재 소목장 김의용씨, 나전장 강정조씨, 옻칠장 손대현씨가 힘을 모았다. 작품의 소재와 기법은 한국 전통공예의 대표 기법인 나전칠화다. 세계무대에서 한국 조형예술의 품격과 우수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기법이다.

이번 전시작은 두 번째 작품으로, 전시 이후 올해 12월 개관 예정인 서울 서소문 순교성지에 전시하고 보존할 계획이다. 첫 번째 작품은 지난해 바티칸 특별전에서 전시했으며, 교황청에 기증했다.

‘일어나 비추어라’는 제2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대형 작품인 만큼, 찬찬히 살펴보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은 크게 세 주제로 구성됐다. 한국교회 복음 전래 과정과 피의 박해 역사, 눈부신 발전을 이룬 오늘, 그리고 보편교회 안에서 하느님 백성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의지를 차례로 담았다.

제일 왼편에 해당하는 ‘과거’에는 한국교회의 두 가지 역사적 특성인 ‘자생적 교회 탄생’과 ‘100년간의 박해를 이겨낸 불굴의 순교정신’을 형상화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그림과 함께 순교자들의 고문·처형 장면이 표현돼 있다.

가운데 부분인 ‘현재’에는 한국교회가 일어나 비추어야 할 중대 과제인 내적 쇄신과 남북한 화합 문제를 세월호 리본과 DMZ 철조망으로 나타나 있다. 또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그림과 함께 성체를 손에 들고 있는 124위 복자 모습을 통해 서울 광화문 시복식의 감격과 결의를 되새기고 있다.

‘미래’에 해당하는 제일 오른쪽 부분에는 천상모후의 관을 받으시는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 장면을 통해, 하느님의 최후 심판과 축복을 희망적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성 김대건 신부 등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인물 12명을 무궁화 12송이로 나타내며, 이들이 희망의 본보기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기복 신부는 “교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겨 있는 이번 작품을 많은 신자들이 와서 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어나 비추어라’ 중 ‘세월호 리본과 124위 복자’.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