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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찬양하세~! 찬양하세~!” / 박상호 신부

박상호 신부 (어농성지 전담)rn
입력일 2018-09-04 수정일 2018-09-04 발행일 2018-09-09 제 311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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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이나 음악 등의 예능에 소질이 없었다. 뛰고 달리는 체육은 잘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미술과 음악 점수는 항상 낮았다. 초등학교 때 성적표에 ‘양’을 받은 과목은 음악이 유일했다. 그래서 음악 분야에 자신이 없었다. 음악 실기시험을 치른다고 하면 며칠 전부터 걱정과 고민에 안절부절 못하였고, 연주나 노래 실기시험 중에도 덜덜 떨며 지옥과 같은 시간에서 빨리 벗어나기만을 바랐다. 지금도 다른 이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본당 행사 때 신부님 노래를 청해 오면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가려고 꽤나 애썼다.

그런데 음악을 듣는 것은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가요를 많이 들었고, 중학교 때부터는 팝송도 자주 들어왔다. 고등학생 시절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라디오부터 켰고, 잠자리에 들 때에도 라디오를 끄지 않고 음악을 아침까지 틀어놓았다. 나는 가요, 팝, 재즈, 영화 OST 등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좋아한다.

물론 성가와 찬양도 좋아한다. 늦은 밤 귀가하던 학창 시절엔 생활성가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성가 부르는 것이 좋아서 미사 때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냈던 기억이 많다. 지금도 미사를 봉헌하며 성가를 신자들과 함께 부른다. 신학생 시절 동기들과 모여 기타 반주에 맞춰 고래고래 찬양도 많이 했다. 특별히 부제 때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밤새 기타를 치며 찬양했던 추억은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농성지에 살면서 정말 좋은 점은 ‘찬양 캠프’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축제’ ‘딜레마’와 같은 신나는 찬양에 맞춰 청소년들과 한바탕 뛰고 나면 개운한 자유가 느껴진다. 청소년들이 아이돌 노래가 아닌 찬양을 하며 춤추고 놀 수 있다는 사실에 솔직히 놀라울 때가 있다. 하지만 주님과 함께 찬양하며 눈물을 흘리는 청소년들, 함박미소로 행복을 표현하는 청소년들이 그렇게 예쁠 수 없다. 찬양을 잘 하는 생활성가 가수들의 공연도 나와 청소년들에겐 참 행복한 시간 중 하나다. 가수들 공연에 흠뻑 취하면서 어쩜 그렇게 찬양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신비스럽기도 한 기분을 종종 느끼게 된다.

소중한 손님들이 찾아올 때면 맛있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어김없이 기타를 품에 안는다. 쉬운 곡 하나 반주할 실력은 아니지만 흥에 취해 기타를 두드리고 찬양을 하면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 어농의 기타리스트 토마스 형제의 반주에 맞춰 10곡정도 찬양을 하고 나면 다음 날 미사 중에 목소리가 잠긴다. 그래도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찬양을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찬양은 두 배의 기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침묵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묵상기도도 좋지만 찬양 기도를 통해 청소년들과 함께 주님을 가까이 느끼는 시간에 매번 감사드린다. 겉멋이 아닌 마음으로, 기교가 아닌 진심으로 오래오래 찬양하고 싶다. (토마스 형제님, 늘 불평 없이 제가 원하는 성가 반주해 주시고 기타 연주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상호 신부 (어농성지 전담)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