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인도 뭄바이 다라비 빈민촌 ‘성 안토니오 본당’ 탐방

인도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07-31 수정일 2018-08-01 발행일 2018-08-05 제 3106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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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쌓인 거리 청소하고 아이들에게 영어교육
물·공기 오염 심각… 위생 불결 콜레라 같은 전염성 질병 발생 
생활환경 개선 위한 노력 절실
성 안토니오 본당, 주민과 힘모아 환경·위생 관련 민원 제기 나서
미래 주역 아이들 위해 학교 운영

‘아시아 최대 빈민가’로 불리는 인도 뭄바이의 다라비. 2009년 미국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 등 8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배경이기도 했던 다라비 빈민촌은 인도 속의 인도라고 불릴 만큼 인도 각지에서 몰려온 다양한 언어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다만 이들의 공통점은 가난한 환경에서 미래를 꿈꾼다는 것. 본지는 다라비 빈민촌을 방문해 가난한 이들과 대화하는 인도 봄베이대교구의 노력을 살펴 봤다.

인도 뭄바이 다라비 빈민촌 골목. 다라비 지역은 수질 오염으로 인해 콜레라와 장티푸스, 이질과 같은 전염성 질병들이 발생하고 있다.

다라비 성 안토니오 성당으로 향하던 우버 택시기사가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면서 내리라고 했다. 구글지도를 검색해 보니 성당은 한참 더 멀리 있었다. 택시기사는 “더 이상 차가 들어갈 수 없으니 여기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고 일러줬다. 어쩔 수 없이 택시에서 내려 휴대전화로 지도를 확인하며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으로 향하는 골목길은 매우 좁았다. 두 사람이 간신히 어깨를 부딪치지 않으며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골목길에는 여기저기 오물이 떨어져 있었고, 지린 냄새로 가득했다. 그렇게 300여m를 걸어가니 다라비 메인 로드가 나왔다. 다라비 메인 로드는 인도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3륜차인 오토릭샤가 양방향으로 다닐 정도의 넓이였다. 하지만 군데군데 쓰레기 더미가 늘어져 있었고, 그 위에는 까마귀 떼가 먹이를 쪼고 있었다.

■ 인도의 축소판 다라비

다라비는 뭄바이 시내 중심에 있다. 금방 쓰러질 것 같은 판잣집들이 들어서 있는 미로와 같은 골목길 너머로 인도의 상업 중심지 뭄바이의 고층건물들을 볼 수 있다. 서울 여의도의 2/3 정도인 약 2.1㎢ 넓이의 다라비에는 80만 명에서 100만 명이 몰려 살고 있다. 최근 뭄바이시가 인구조사를 했지만 정확한 인구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라비 빈민촌은 원래 봄베이(현 뭄바이) 외곽의 한적한 어촌이었다. 18세기에만 해도 봄베이 시내를 흐르는 미티강 하구에는 맹그로브 숲으로 이뤄진 7개의 섬이 있었는데, 콜리족이 이 지역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았다. ‘어부들이 사는 습지’였던 다라비에 대규모 빈민촌이 생긴 것은 19세기 말이었다. 영국 식민정부는 도심에 있는 공해산업과 인도 원주민들을 다라비로 쫓아냈다.

다라비로 쫓겨난 원주민들은 쓰레기로 습지를 매립해 새로운 삶터를 일궜다. 일자리를 잃어버린 콜리족 어부들은 밀주업자로 전락했다. 여기에서 구자라트주에서 온 쿰바르족은 옹기를 구워 팔았으며, 남부 타밀나두주에서 온 타밀족은 가죽을 무두질했다. 또 호경기를 맞은 직물 공장에 취직하기 위해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도 수천 명이 몰려왔다. 다라비는 이렇게 인도의 상업 중심지 뭄바이에서도 가장 다양한 사람이 모인 동네, 가장 다양한 특성을 지닌 빈민가가 됐다.

다라비 주민의 60%는 힌두교를 믿는다. 이어 30%는 무슬림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도 전체인구 중 무슬림이 13%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나머지는 그리스도인과 불교인 등 소수종교인이다. 주민들은 인도 전역에서 이주해 왔고, 가죽가공과 가죽제품 제작, 옹기 제작, 직물 가공 등의 일을 한다. 대부분 가내 수공업 수준이다. 요즘에는 재활용품을 수집, 재가공해 원자재로 되파는 사업이 뜨고 있다.

■ 열악한 생활환경

다라비에는 많은 주민들이 밀집해서 살기 때문에 위생환경이 좋지 못하고, 전기와 수도 등 기반 시설도 부족하다. 다라비 지역에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주택들이 무허가 판잣집이어서 사용량 계산도 어렵다. 뭄바이시는 몰래 전기와 수도를 훔쳐 쓰는 주민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화장실 문제가 심각한데, 변기 수가 주민 200명당 하나일 정도로 열악하다. 변기 수가 모자라 많은 다라비 주민들이 마힘천에서 용변을 본다. 마힘천은 다라비 지역의 하수가 몰리는 곳이어서 수질 오염도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주민들은 마힘천 물로 빨래도 한다. 이러한 불결한 위생 상태로 주민들은 콜레라와 장티푸스, 이질 등의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또 공기 오염도 심각하다. 좁은 지역에 공장들이 밀집돼 있고 산처럼 쌓인 쓰레기에서 나오는 먼지와 냄새로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또 가죽과 섬유 염색공장의 염료, 폐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을 녹여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등은 지역 주민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다. 때문에 주민들 중에는 폐암이나 결핵, 천식 환자들이 많다.

■ 다라비 주민과 함께하는 교회

다라비 빈민촌에는 하나의 본당이 있다. 1939년 공소로 시작한 성 안토니오 본당은 다라비 지역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며 봉사한다. 본당 신자 수는 약 5000여 명. 본당은 우선 다라비 지역 신자들의 신앙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본당은 다양한 언어와 민족이 혼재하고 있는 지역의 상황을 고려해 매 주일 타밀어와 원주민이 사용하는 마라티어, 어린이와 청년들을 위해 영어로 미사를 봉헌한다.

본당 주임 크리스토퍼 자야쿠마르 신부는 “온갖 사회악이 판치는 다라비에서 우리 교회는 신앙의 기둥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모든 이들을 사랑과 배려로 감싸 안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라비는 사회경제적으로 비위생적이며 혼잡한 곳”이라면서 “이러한 환경은 가난한 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 본당 또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라비의 성 안토니오 본당은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지역의 위생과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위해 애쓰고 있다. 우선 본당은 지역의 청소문제에 앞장선다. 지역 주민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시정부 등 행정기관을 찾아가 꾸준히 민원을 제기한다. 또한 본당신자들과 함께 거리를 청소하는 등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본당은 교육사업을 통해 지역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있다. 본당은 초등학교(1~4학년)와 중고등학교(5~10학년)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모두 710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는다. 자야쿠마르 신부는 “학생들이 나중에 직장을 구할 때 영어 능력은 큰 도움이 된다”면서 “본당의 성 안토니오 학교는 모든 교육과정을 영어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자야쿠마르 신부는 “인도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다라비에도 다양한 민족과 종교, 문화의 사람들이 산다”면서 “지역의 복음화를 위해서는 교회는 다라비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이들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안토니오 본당이 운영하는 성 안토니오 학교 교실. 이 학교에서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인도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