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도우면서 오히려 그분들 기도에 큰 힘 얻어” 공연예술 전문 경영인 맡아 예술가 활동 지원에 힘 쏟아 성라자로마을 돕기에 헌신 자선음악회 ‘그대있음에’ 열어 한센인 치료와 사회복귀 지원
-장 국장 : 회장님께선 교회 내 문화예술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1989년부터 2008년까지 ‘라자로돕기회’ 운영위원장, 2008~2011년엔 회장을 지내면서 자선음악회 ‘그대있음에’를 기획하셨는데요. 또한 지난해부터 다시 제11대 ‘라자로돕기회’ 회장으로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벌써 44년째인가요? 성라자로마을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고 또 어떻게 이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회장 : ‘그대있음에’ 무대를 통해 만들어진 맑고 선한 향기가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신앙과 예술 또한 서로 한 줄기로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라자로돕기회’와 직접 인연은 1974년 고(故) 이경재 신부님께서 하신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됐습니다. 제 견진 대부를 통해 이 신부님을 소개받았는데요, 신부님의 활동과 영성에 감화된 저는 무슨 일이든 적극 도와드리며 순명하겠다는 마음이었지요. 그러다보니 한센인들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게 됐고요. 저는 소외된 한센인들을 만나고 그들을 도우면서 비로소 인생을 알게 됐다는 묵상을 했습니다. 게다가 그들로부터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센인들이 우리를 위해 해주는 기도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장 국장 : 한센인들과의 만남, ‘라자로돕기회’의 활동이 회장님의 신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군요. ▲이 회장 : 사실 더 크고 깊이 신앙심을 채우는 체험이 있었습니다. 아들의 죽음과 이경재 신부님의 강론은 신앙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지요. 딸 넷을 낳고 어렵게 얻은 3대 독자를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잃었는데요. 당시 장례미사를 주례하신 이 신부님께서는 제가 많이 원했기에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시어 기르는 기쁨을 알도록 해주시고 다시 데려가신 것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 아들은 하느님 품으로 다시 돌아간 것 뿐이라고요. 처음엔 많이 서운했는데, 곧이어 아홉 살까지라도 아들을 키우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해야 한다고 깨달았습니다. 이후 성당에 더욱 열심히 다니고 한센인들을 위한 사업에도 더욱 헌신할 수 있었습니다. -장 국장 : 그런 뜻을 바탕으로 펼쳐주신 전문적인 활동을 통해 신앙과 문화예술과의 접목이라는 또 하나의 성과를 이루신듯 합니다. 신앙, 종교란 인간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문화’이기도 하지요. 한국교회도 최근 직접 선교만이 아니라 가치 있는 가톨릭 문화를 공공의 영역으로 이끌어내는 노력을 하고자 하는데요.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 회장 : 우선 교회도 좀 더 열린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너무 고지식하고 정례화된 모습만이 아니라 문을 열고 다양한 문화를 흡수해 신앙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일부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에 신자 예술인들이 적극 교회에 들어서길 망설이는 경우도 봤습니다. -장 국장 : 문화예술과 더불어 살아오신 여정, 그 안에서 이 회장님의 가장 큰 삶의 가치가 묻어날 듯합니다. 후학을 양성하실 때에도 전해질듯 하고요. ▲이 회장 : 한 길을 걸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되새깁니다. 항상 역지사지로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문화예술인들의 경우에도 무대 위에서 발휘할 기량이 없으면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없죠.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제가 활발히 활동할 때는 정치를 하라는 권유도 많이 받곤 했는데요. 저는 타인의 존경을 받으려면 자신이 정의롭게 자기 삶을 살면서 예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컸습니다. 탐욕, 정치력 등으로 자신의 ‘이름’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고 알아주면 자칫 목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는데요. 벼 이삭이 익으면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인격이 높을수록 머리를 숙이는 철학, 그것이 제 삶에 있어서 큰 구심점이었습니다. -장 국장 : 대담을 이어가면서 한 순간도 회장님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현역’, ‘교회 안팎의 문화예술을 증진하는 ‘현역’으로의 활동, 앞으로도 더욱 기대합니다.정리·사진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