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인간 생명」반포 50주년 기념 학술대회 인터뷰-호세 그라나도스 신부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8-05-29 수정일 2018-05-30 발행일 2018-06-03 제 3097호 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낙태 문제, 인간이 생산물 아닌 선물이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자기중심적인 시각에서만 몸을 바라보게 되면 자칫 낙태를 비롯해 성(性)에 관한 각종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반면 몸에 대해 관심을 갖는 시각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바탕이 될 수도 있다. 혼인과 가정 연구를 위한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대학원 로마 본교 부원장인 호세 그라나도스 신부는 학술대회 참가 차 방한한 직후 가진 인터뷰를 통해 “현대인들이 몸에 관심을 갖는 것은 신앙적으로도 바람직하다”면서 “문제는 현대인들이 몸을 자기실현 혹은 자기성취와 욕망, 힘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은 자기 쾌락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나의 생명을 전해주는 하나의 생명입니다. 나 자신을 넘어서 다른 차원으로 가는 길, 즉 자녀를 낳는 더욱 큰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 차원은 남녀가 혼인으로 맺어져 일치하는 가정 안에서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라나도스 신부는 “혼인이 남녀 사이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은 교회가 그렇게 가르쳐왔으니까 혹은 전통이니까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서로 다른 성을 가진 남성과 여성이 일치해 인간과 사회를 위한 성장과 희망을 이뤄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피임 행위는 몸의 언어의 본질적 차원을 부정하며 몸에 새겨진 관계성을 변형시켜, 몸이 더 이상 출산의 의미를 갖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내포합니다.”

낙태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라나도스 신부는 “모든 생명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에서부터 이어졌고, 근본적으로 생명은 어머니에게 더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낙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사람들이 ‘관계’ 안에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회는 “사회와 국가가 가장 약한 생명인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어머니’를 더욱 잘 보호하고 각 가정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혼인하지 않은, 가정이 없는 상황에서는 아기가 태어나 온전히 사랑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터전이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라나도스 신부는 “생명은 인간이 생산해내는 생산물이 아니라 하나의 선물로 주어진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교회는 개개인의 성적 갈망을 멈추게 하려는 게 아니라 그 갈망들이 지닌 보다 깊은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몸이 하나의 언어라는 의미는 이 언어를 만들어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즉 성은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현존하신다는 것을 가르쳐주지요. 그렇기에 몸의 언어는 교회 복음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