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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잡은 두 손, 평화의 문 열다] - 정상회담 후 각계 반응 종합

특별취재팀
입력일 2018-05-01 수정일 2018-05-01 발행일 2018-05-06 제 3093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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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길 열렸다” 환호… 한국교회, 교류 협력 다짐
교황 “대화의 길 나선 두 정상 용기에 기도로 함께해”
北 인근 본당과 실향민·탈북민들도 소식보도에 집중
광주대교구, 회담 당일 모든 본당 일제히 타종 ‘눈길’

문재인 대통령이 4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남북 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하는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 정상이 4월 27일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한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딛자 교회 안팎을 가릴 것 없이 격려와 환영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 정상회담 결과에 모아지는 박수와 격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9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부활 삼종기도를 주례한 뒤, 화해와 비핵화를 향한 발걸음에 나선 남북한 정상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교황은 “지난 금요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의 긍정적 성과를 기대하고,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위한 진정한 대화의 길에 나선 두 정상의 용기에 기도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평화와 더욱 돈독한 형제애라는 미래의 희망이 좌절되지 않기를, 또한 양국의 협력이 사랑하는 한국 국민과 전 세계를 위해 선의라는 열매를 계속해서 맺을 수 있기를 주님께 기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 또한 4월 30일 방송된 가톨릭평화방송에서 “판문점 선언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서로를 겨눴던 총부리를 거두고 평화의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만들어진 것을 환영한다”며 “이를 계기로 이 땅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북한 지역의 교회와 순교자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녘땅에 성령의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고 믿는다”며 “지금도 북녘 땅에는 하느님을 더 깊이 만나는 사람들이 아직 있고, 성사 생활을 기억하는 사람들 그리고 하느님을 향해 염원하고 간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도 4월 29일 진행한 본지와의 대담에서 “대결과 갈등의 역사에서 상생과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한반도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며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평가했다. 또한 “이 평화의 기운이 동북아시아의 평화 그리고 세계평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를 위해서는 “종전 합의와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도록 관련국들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평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이해를 통해 서로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특히 종교인들의 교류 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한국교회 차원에서 북한의 ‘조선카톨릭교협회’와 접촉해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나갈 생각”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남북 정상회담 당일인 4월 27일 오후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기관지 ‘피데스’ 등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인터뷰를 가진 데 이어 본지에 “남과 북이 서로 대화하고 화해하는 물꼬가 터지는 은총이 주어졌다”고 논평했다. 또한 “남과 북은 선언한 것을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누구보다 한국교회가 실천의 몫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기도뿐 아니라 직접 움직여 남북한 화해와 통일의 과정에 하느님 일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이자 북한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인 박현동 아빠스는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던 지난해 말의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닌가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회담은 1950년 시작된 전쟁이 끝나고 새로운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줬으며 평화와 번영과 통일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 회담이었다”고 해석했다.

또한 “앞으로는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위험을 해소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교류와 왕래를 통해 실질적인 통일의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다양한 교류로 이어져 북한에서도 가톨릭신자들의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수도회들이 활동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 전국 본당과 군 본당 표정

광주대교구는 교구장 김 대주교가 4월 26일 공문을 통해 교구 내 각 본당에 “남북 정상회담이 시작되는 역사적인 날인 4월 27일 오전 9시30분쯤 1분 정도 타종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교구 내 모든 본당이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며 일제히 종을 울려 눈길을 끌었다.

북한과 접경지역에 위치한 본당들의 기쁨은 특별했다. 의정부교구 파주 교하본당 백홍석(엘리지오) 민족화해분과장은 “예상 외로 성과가 큰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본당 신자들이 꿈을 꾸는 것 같고, 저도 남북통일에 하나의 작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바다 건너 북녘땅이 선명히 바라다 보이는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에 자리한 인천교구 하점본당 교동공소(담당 방인이 신부) 신자들은 집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남북 정상회담 보도를 관심 있게 지켜보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하루를 보냈다.

교동도를 근거로 (사)새우리누리평화운동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애(데레사·62)씨는 “10년이라는 시간을 이념대립으로 허비한 것 같다”면서 “북한과 가까이 있다 보니 항상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간절한 기대를 전했다.

최전방 강원도 화천 육군 제7보병사단 칠성본당(주임 이승룡 신부)에도 기쁨과 환희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주임 이승룡 신부는 “남북 정상회담이 군종신부인 저에게도 감동적으로 다가왔다”면서 “4월 29일 주일미사에 참례한 군인 형제들도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접하고 기뻐하면서 남북 관계가 보다 진전되기를 기도했다”고 본당 분위기를 설명했다.

■ 북녘 고향 그리워하는 이들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누구보다 가슴 설렌 이들이 있었다. 북녘 고향에 돌아갈 날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는 ‘평양교구 신우회’(회장 김관섭) 회원들이다. 피란민 1세대인 김관섭(안드레아·86) 회장은 “오직 평화를 바라며 매일같이 기도해 왔고 통일이 되면 제 고향인 평양 대신리본당에서 이북에 있을 동생들과 미사 드리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남한 청년들과 북한 출신 청년들이 연대해 만든 통일운동 단체 ‘통일의 별’ 박현우(안셀모·36) 대표의 감격도 남달랐다. 박 대표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큰 기대를 드러내는 한편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지 못하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며, 북한 핵을 머리에 두고는 평화롭게 살 수 없다”고 냉정한 분석을 내놨다. 개성공단 설치 주역인 민주평화당 정동영(다윗) 국회의원은 이와 관련해 “남북 정상 간에 북한 비핵화 합의는 됐다고 보고, 앞으로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세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부친 고향이 북한이라고 밝힌 김정숙(소화 데레사) 영남대 역사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꺼냈다. 김 교수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모습과는 달리 북한이 남한에 비해 서정적이고 자연 친화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훗날 남북 통일이 됐을 때 북한 지역은 복음화를 위한 좋은 토양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7대 종단 지도자 한 마음으로 평화 기원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기뻐하는 모습은 모든 종교가 하나였다.

천주교, 불교, 개신교 등 7대 종단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4월 30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했다.

공동대표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이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여러 종단에서 협력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열매인 만큼 평화의 기운이 활짝 펼쳐지도록 7대 종단 수장들이 신자들과 함께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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