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분당성요한본당 청장년회 ‘마루’를 소개합니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4-10 수정일 2018-04-10 발행일 2018-04-15 제 309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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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희생하지 않아도 신앙생활 이어갈 수 있어요”
36~49세·36세 이하 기혼자 모임 2016년 시작… 30여 명 활동
초등부·청장년미사 동시 봉헌, 양육 부담 덜 수 있도록 배려

4월 8일 분당성요한성당에서 본당 청장년회 ‘마루’ 회원들과 자녀들이 채유호 신부(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2018년 사목교서 「새로운 방법, 새로운 선교」에서 “모든 일선 사목현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애정 어린 시선과 관심으로 젊은이들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라며 젊은이들을 향한 사목적 배려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는 젊은이들을 교회의 품으로 모으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이런 가운데 이미 2016년부터 30~40대 ‘낀 세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사목을 펼쳐온 본당이 있다. 바로 성남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주임 이건복 신부)이다. 분당성요한본당의 청장년회 ‘마루’(회장 권오광, 영성지도 채유호 신부)를 찾았다.

4월 8일 오후 4시 분당성요한성당 대성당. 초등부 어린이들의 성가가 돋보이는 이날 미사에는 유난히 젊은이들이 많다. 바로 초등부 어린이들의 부모세대인 30~40대 청장년들이 함께하는 가족미사이기 때문이다.

“저희는 성당에서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세대였는데, ‘마루’ 덕분에 성당을 다시 찾게 됐어요.”

본당 청장년회 ‘마루’에서 활동하는 백수정(로사리아·37)씨는 30~40대인 자신들이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세대’라고 언급했다. 청년회에 활동하는 대부분이 20대고, 본당 소공동체나 사도직단체에서는 50대부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보니 30~40대 청장년들은 어느 쪽에서도 쉽게 어울리기 어려웠다.

이런 청장년층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만들어진 것이 본당의 ‘청장년미사’였다. 청장년미사는 36~49세의 청장년과 36세 이하 중 기혼자들을 위해 2016년부터 본당이 마련한 미사다.

4월 8일 분당성요한성당 가족미사 중 어린이들과 청장년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초등부 주일학교와 청장년회를 함께 지도하고 있는 채유호 신부(분당성요한본당 제3보좌)는 “청년시기에 열심히 활동하던 신자들도 취업, 결혼, 육아 등으로 자녀의 첫영성체 전까지 신앙생활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신앙의 취약계층을 돕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본당 차원에서 청장년미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막상 청장년을 모으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17년 2월 청장년회 ‘마루’를 발족할 당시만해도 불과 6명만이 모였다. 사회초년생, 출산, 육아 등으로 오랜 시간을 성당에 쏟기 어려운 세대의 특성상 ‘청장년회’ 모임은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본당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청장년미사와 초등부미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30~40대의 많은 수가 초등부 자녀를 둔 부모인 만큼 자녀들을 주일학교에 맡기는 시간동안 성당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초등부는 소성당에서, 청장년은 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초등부가 교리를 진행할 동안 청장년도 레지오, 성경공부모임 등을 진행했다. 또 한 달에 한 번은 가족미사로 초등부와 청장년이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본당 청장년회 ‘마루’ 초대회장을 역임한 최유나(에디트슈타인·39)씨는 “많은 청년들이 ‘청장년회’라고 하면 ‘내 시간을 많이 희생해서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고, 동시에 본당 어른들도 30~40대를 교회에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몰라 하셔서 청장년회가 자리를 잡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년 정도 활동해나가면서 자신이나 가정을 희생하지 않고도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음을 알고 ‘마루’를 찾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채유호 신부도 “무리하게 내 시간을 희생하는 것만이 봉사가 아니라 이 안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봉사가 될 수 있다”면서 “‘마루’의 활동은 다음 세대 봉사자 양성 측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현했다.

현재 ‘마루’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장년은 30여 명으로, 각자 전례부, 성가대, 밴드부, 레지오마리애, 성서모임 등에 소속돼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마루’에 모인 청장년들은 “‘마루’가 마음 편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같은 고민과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또래가 어울리다보니 신앙과 생활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체”라고 입을 모은다.

청장년들이 일상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임의 이름도 ‘하늘, 높은 곳’이라는 의미의 우리말 ‘마루’라고 지었다. 사회 안에서 힘들고 지치지만, 함께 모여 하느님 안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마루’의 목표다.

‘마루’ 회장 권오광(마르코·39)씨는 “더 많은 청장년들이 신앙을 일이나 부담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마루’ 안에서 함께 기쁨을 느끼고 또 이 기쁨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더 많은 청장년들이 ‘우리도 기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마루’를 홍보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