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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헌생활의 날 특집] 초 봉헌과 초가 지닌 의미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01-23 수정일 2018-01-23 발행일 2018-01-28 제 3080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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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신 그리스도와 일치해 나를 봉헌합니다”

초는 초기 교회부터 어둠을 밝히는 실질적인 이유로 교회의 전례에 사용됐다. 초기 교회에서 초는 저녁기도를 위해 사용됐으며, 4~5세기에는 성인들의 유해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형상들 앞에 놓여졌다.

이러한 초는 원래 벌에서 나오는 밀랍으로 만들었다. 초기교회의 교부들은 벌이 동정성과 희생성을 지닌 것으로 생각했다. 교부들은 벌을 동정 마리아에 비유했고, 벌에서 나오는 밀랍은 동정 잉태의 결실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봤다. 이후 초는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만방을 비추는 그리스도를 상징하게 됐다. 또한 초 봉헌은 초가 스스로를 태워 빛을 내듯이 우리도 스스로의 희생을 통해 세상의 빛으로 타올라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주님 봉헌 축일에는 각 본당에서도 초 축복식을 거행한다. 초 축복은 중세부터 내려오는 전통으로, 이날 미사 중 사제는 1년 동안 성당과 신자들의 가정에서 미사와 예식에 사용할 초를 축복한다. 초 봉헌은 ‘예수님께서 성전에 봉헌되셨듯이 우리도 주님과 일치해 나 자신을 봉헌한다’는 뜻을 지닌다.

미사 전례 중에도 그리스도의 현존을 강조하고 흠숭과 축제의 기쁨을 드러내기 위해 제대 위에 촛불을 켠다. 또한 제대초는 제대의 성대함을 드러내, 전례의 성격이나 중요성에 따라서 제대 위에 올려놓는 초의 숫자도 달라진다.

연중시기의 평일이나 기념 등급의 성인 축일에는 2개의 초를 켜고, 연중 시기의 주일이나 사도나 복음사가의 축일과 같은 ‘축일’ 등급의 날에는 4개의 초를 켠다. 대축일에는 양쪽에 3개씩 총 6개를, 주교가 미사를 집전할 때는 7개를 켠다.

교회는 초의 품질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왔다. 교회는 1917년에 제정한 교회법을 통해 부활초의 경우 순수한 밀랍이 최소 65%, 다른 제대 초들은 최소 25%가 포함되도록 규정한 바 있다. 1983년에 개정한 교회법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사라졌지만, 전례 혹은 가정용 기도초의 봉헌의 의미 뿐 아니라 개개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