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그 자체로서 열매이자 교회의 존재 양식 아시아 주교들, 일방적 선포 방식으로 더 이상 복음화 기여할 수 없다고 판단 가난한 이웃-문화-타종교와 대화 강조 그리스도의 아시아적 모습 재발견하고 ‘거룩한 삶의 모범’으로 증거할 수 있어야 한국교회가 선두에서 역할하기를 기대
“우리 문화들의 양식과 틀에 맞게 그리스도교 생활을 육화하지도 못했으며, 교회를 토착화하지도 못해 그리스도교 생활과 교회를 이 땅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 아시아의 위대한 여러 타종교 형제들과 더불어 개방적이고 진지하고 꾸준한 대화를 나누기로 약속한다. … 복음의 생활과 메시지가 아시아의 유서 깊은 문화 속에 더욱 융화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FABC 제1차 총회 성명서 「오늘의 아시아의 복음화」, 1974년 타이완 타이페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이하 FABC)는 공의회의 정신을 이어받아 분야별로 실현하는데 힘을 실어왔다. 특히 아시아 주교들은 FABC 제1차 총회 최종 결의문과 그 뒤에 이어 낸 총회 문헌에서도 ‘삼중 대화’를 강조했다. 아시아 주교들은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방식은 더 이상 복음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러한 성찰은 아시아 주교들이 1970년 11월 23~2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처음으로 만난 자리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로도 아시아 교회는 FABC를 중심으로 삼중대화의 신학적 전망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특히 1990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제5차 FABC 총회에서는 ‘선교’란 신자 수의 증가가 아니라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 수준 높은 아시아의 타종교 전통들과의 대화”라고 규정했다. 또 삼중의 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바로 ‘토착화된’ 지역교회라고도 강조했다. 서구적인 교회가 아니라 아시아의 현실과 문화, 종교 전통 안에 뿌리내려 토착화된 지역교회야말로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이라는 말이다. ‘삼중 대화’는 단지 아시아 대륙에서 복음화를 이루는 방법론이 아니다. 대화는 수단이나 방법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서 열매이고 교회의 존재 양식이다.■ 가난한 이들과의 대화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과 수많은 자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는 많은 이들은 여전히 가난과 억압으로 고통 받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사회적 관심」을 통해 “이러한 죄의 구조로 인해 형성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현실이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죄의 구조로 인해 고통 받는 가난한 이들의 신음과 부르짖음은 모든 그리스도인들 뿐 아니라 선의의 모든 이들이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의 대화와 연대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대화와 연대는 우리 각자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권고 「아시아 교회」에서 “가난한 이들과 맺는 연대는 그리스도인들 자신이 예수님을 본받아 소박하게 살아갈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 각자 그리고 그들의 가정과 교회 공동체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정신을 구현해야 하고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적 인간 발전에 투신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이러한 연대는 각 지역사회와 국가는 물론 국제적 차원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n사진 가톨릭신문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