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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수상자] 본상 - 의정부교구 성직자실장 김영남 신부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7-10-24 수정일 2017-10-25 발행일 2017-10-29 제 306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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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톨릭학술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심상태 몬시뇰)는 해마다 최근 3년 이내에 발간된 국내 학술서들을 대상으로 평가, 학문적 성과가 뛰어난 책을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올해 가톨릭학술상 본상 수상작으로는 김영남 신부의 저서 「로마서」(성서와함께/ 2014)를, 연구상 수상작으로는 안소근 수녀의 저서 「이사야서 1-39장」(바오로딸/ 2016)·「이사야서 40-66장」(바오로딸/ 2017)을 각각 선정했다. 격년으로 시상하는 공로상은 최윤환 몬시뇰(수원교구 원로사목자)이 받는다.

가톨릭대 신학대학을 거쳐 1979년부터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에서 수학, 1983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어 이탈리아 로마 성서연구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가톨릭대 신학대학과 가톨릭 교리신학원에서 성서학 교수로 재직했다. 이 기간 중 신학과사상학회 회장과 가톨릭대학교사목연구소 소장 등도 역임했다.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성서사도직 담당 총무와 2005년 출간된 「성경」 번역위원회와 합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바오로서간 입문 및 주요내용 해설」 등의 저서를 비롯해 ‘바오로 서간과 사도행전을 통해 본 바오로적 선교와 그의 한국교회적 적용’, ‘성서적 관점에서 본 폭력의 길과 생명의 길’ 등 다양한 학술논문들을 저술해왔다.

■ 김영남 신부는
“더욱 많은 신자들이 로마서를 통해 밝힌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믿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힘’(로마 1,16)이 더욱 힘차게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영남 신부(의정부교구 성직자실장)가 「로마서」(성서와함께/ 2014)를 집필한 가장 큰 이유다.

김 신부는 한국가톨릭학술상 본상 선정 소식을 듣자마자 “제가 쓴 ‘로마서 해설서’가 오랜 전통을 지닌 가톨릭학술상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놀라고 부끄러웠다”고 얘기했다. 무엇보다 “교회 안에서 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학술적 업적을 이루신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성서학자들은 물론 교회학술계에서는 김 신부가 누구보다 진지하고도 학문적으로 로마서를 다루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김 신부는 이 해설서를 통해 로마서 한 구절마다 단어에서 맥락까지 의미를 밝히고, 그 말씀이 신앙생활에 어떤 가르침을 주는지 성찰하며 풀어내려고 애쓴 공로를 높이 인정받았다.

이 책은 김 신부가 로마서에 관해 펴낸 유일한 단행본이기도 하다. 김 신부는 해마다 학술논문들은 꾸준히 선보여왔지만 저서를 집필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완전한 나의 전공이 아니면 쓰지 않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실이다. 그렇다면 바오로 사도가 로마서를 통해 선포하고자 했던 복음의 내용은 무엇일까.

김 신부는 “바오로 사도를 감싸 안았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 그것이 바로 복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오로 사도가 역사 안에서 두고두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가 무엇이 참된 복음이고 참된 신앙인지에 관한 견해를 적극 밝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마서에는 전부는 아니지만 바오로 사도 신학의 핵심이 집대성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신부는 “성경을 공부한다는 것은 학문적으로는 원 성경저자가 의도했던 의미가 무엇인지 연구하는 것이며, 신학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성경저자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성경 속 시대와 문화, 전통 등은 오늘날의 환경과 차이를 보이기에 우리 삶에 적용하기 위해선 해석이 필요하다. 김 신부는 그 해석 또한 개별적이 아닌 교회의 신앙적 전통 안에서 이뤄져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김 신부는 성경을 연구하는 매순간 “이 공부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가치 있는 영적 양식을 찾아 전하는 과정인지”에 대해 고민해왔다. 단순히 학문적인 면에서 새로운 주장을 하기 위한 연구라면, 그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를 성찰하는 것이다.

“성경은 교회의 품에서 생겨난 것이기에, 성령의 인도를 청하면서 믿음 속에서 대할 때 우리 삶의 방향을 하느님께로 인도해줍니다. 또한 성경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읽고 듣고 아는 공통분모로서, 공동체의 일치를 더욱 깊이 이뤄줍니다.”

▲ 본상 수상작 「로마서」는

‘학문적 해설’과 ‘대중적 해설’ 동시에 담아

여러 곳에서 강의하며 얻은 지식과 깨달음 응축시켜 집필

바오로 사도가 선포하려 했던 복음의 내용 무엇인지 찾는 길

김영남 신부는 오랜 기간 로마서에 관해 연구하고 가톨릭대 신학대학과 교리신학원 등 여러 곳에서 강의하면서 얻은 지식과 깨달음을 응축시켜 이 책을 집필했다. 성경 그리스어까지 공부한 사람들을 위한 ‘학문적 해설’과 일반 신자들을 위한 ‘대중적 해설’을 동시에 펼쳐낸 결실이기도 하다.

다수의 다른 전문가들처럼 입문 해설로 시작해 전체 16장에 이르는 본문을 편지 서두, 교의 단원과 권고 단원, 그리고 편지 결문 등으로 나눠 각 부분의 의미를 해설했다. 특히 총 4부에 걸쳐 해설하는 내내 바오로 사도가 선포하고자 했던 복음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길에서 비켜가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히 드러나는 저서다.

■ 심사평

전문 식견과 부단한 연구로 교회 학문에 기여

각 분야별로 위촉된 전문 심사위원들은 엄정한 개별심사와 공동심사 과정을 거쳐 최종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우선 김영남 신부가 로마서에 관해 부단히 익혀온 전문 식견을 바탕으로, 성경 본문이 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근거를 밝히는 작업을 걸출하게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또 수상작 「로마서」에서는 본문 이해를 위해 중요한 그리스어와 히브리어 원문을 영문 알파벳으로 음역한 것과 특정 용어와 개념, 각종 이견이나 가설들에 대해 보충설명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연구상 수상작인 「이사야서」 전 2권은 ‘거룩한 독서’를 위한 구약성경 주해 시리즈이다. 안소근 수녀는 이사야서의 히브리어 본문에 대한 풍부한 이해, 그리고 칠십인역이나 불가타와 같은 고대 번역들과 다양한 현대 번역들을 토대로 성경의 우리말 번역을 비평적으로 다뤘다. 논란이 되는 단어들과 중요한 개념들은 상세하게 풀어주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안 수녀의 「이사야서」는 이렇듯 탄탄한 학문적 토대와 비평적 방법론에 입각한 역작이기에 수상작으로서 충분하다고 전했다.

최윤환 몬시뇰은 공의회의 전례에 대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국교회 전례 토착화에 크게 기여한 학자다. 그는 한국 신자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가져온 전례의 큰 변화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교회생활과 신앙생활 안에서 바르게 구현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아울러 신앙생활과 사목활동의 토대는 신학이라는 확신을 갖고 인재 양성에도 지속적으로 헌신한 공로로 이번 상을 받게 됐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