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많은 신자들이 로마서를 통해 밝힌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믿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힘’(로마 1,16)이 더욱 힘차게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영남 신부(의정부교구 성직자실장)가 「로마서」(성서와함께/ 2014)를 집필한 가장 큰 이유다.
김 신부는 한국가톨릭학술상 본상 선정 소식을 듣자마자 “제가 쓴 ‘로마서 해설서’가 오랜 전통을 지닌 가톨릭학술상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놀라고 부끄러웠다”고 얘기했다. 무엇보다 “교회 안에서 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학술적 업적을 이루신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성서학자들은 물론 교회학술계에서는 김 신부가 누구보다 진지하고도 학문적으로 로마서를 다루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김 신부는 이 해설서를 통해 로마서 한 구절마다 단어에서 맥락까지 의미를 밝히고, 그 말씀이 신앙생활에 어떤 가르침을 주는지 성찰하며 풀어내려고 애쓴 공로를 높이 인정받았다.
이 책은 김 신부가 로마서에 관해 펴낸 유일한 단행본이기도 하다. 김 신부는 해마다 학술논문들은 꾸준히 선보여왔지만 저서를 집필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완전한 나의 전공이 아니면 쓰지 않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실이다. 그렇다면 바오로 사도가 로마서를 통해 선포하고자 했던 복음의 내용은 무엇일까.
김 신부는 “바오로 사도를 감싸 안았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 그것이 바로 복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오로 사도가 역사 안에서 두고두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가 무엇이 참된 복음이고 참된 신앙인지에 관한 견해를 적극 밝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마서에는 전부는 아니지만 바오로 사도 신학의 핵심이 집대성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신부는 “성경을 공부한다는 것은 학문적으로는 원 성경저자가 의도했던 의미가 무엇인지 연구하는 것이며, 신학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성경저자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성경 속 시대와 문화, 전통 등은 오늘날의 환경과 차이를 보이기에 우리 삶에 적용하기 위해선 해석이 필요하다. 김 신부는 그 해석 또한 개별적이 아닌 교회의 신앙적 전통 안에서 이뤄져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김 신부는 성경을 연구하는 매순간 “이 공부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가치 있는 영적 양식을 찾아 전하는 과정인지”에 대해 고민해왔다. 단순히 학문적인 면에서 새로운 주장을 하기 위한 연구라면, 그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를 성찰하는 것이다.
“성경은 교회의 품에서 생겨난 것이기에, 성령의 인도를 청하면서 믿음 속에서 대할 때 우리 삶의 방향을 하느님께로 인도해줍니다. 또한 성경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읽고 듣고 아는 공통분모로서, 공동체의 일치를 더욱 깊이 이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