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과 경계와 의례
히브리어로 산은 ‘하르’다. 문맥에 따라 산, 산맥, 언덕 등으로 다양하게 옮긴다. “길보아 하르”는 “길보아 산”이요(1사무 31,1), “그리짐 하르”와 “에발 하르”는 “그리짐 산”과 “에발 산”이다.(신명 11,29) 하르는 산과 그 부근을 일컫기도 한다. 그래서 “길앗 하르”는 “길앗 산악 지방”(창세 31,21)으로, “유다의 하르”는 “유다 산악 지방”으로 옮긴다.(여호 21,11) “하르의 땅”은 “산악 지방”이다.(여호 10,40)
산이나 강은 자연적인 경계를 이룬다. 그런 ‘경계의 산’은 히브리어로 그불이라 한다. 그불은 다양하게 옮긴다. “서쪽 그불”은 “서쪽 경계”(민수 34,6)이고, “아르논 강의 그불”은 “아르논 강 경계”이다.(민수 22,36) 그불은 경계 안쪽의 땅을 말하기도 했기 때문에 그불을 그저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다.(신명 19,3) “거룩한 그불”은 “거룩한 영토”(시편 78,54)다.
이스라엘의 이웃들은 높은 산에서 자신들의 신을 섬기곤 하였다. 그럴 때 쓰는 산은 흔히 ‘기브아’라고 하였다. 구약성경을 보면 기브아에서 이방신을 섬기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라는 말씀을 자주 볼 수 있다. 솔로몬의 아들 르하브암 시대에 사람들이 “지은 죄는 자기 조상들이 지은 모든 죄보다 더 커서 주님의 격정을 불러일으켰다.”(1열왕 14,22) 그들은 “높은 기브아(언덕) 마다” 다른 신의 기념 기둥과 아세라 목상을 세웠던 것이다.(1열왕 14,23) 기브아는 고유명사로도 쓰인다. 본래 이방민족에게 속했지만, 훗날 벤야민 지파에 속한 곳의 이름이 기브아다.(여호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