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레지오는 나의 모든 것] 「인꼴라 마리애」 문태준 단장의 활동체험기 17 - 동토 알래스카

입력일 2017-07-14 수정일 2017-07-14 발행일 1994-11-27 제 1931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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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리지에서의「인꼴라활동

양로원 암 환자 위문 용기 심어 
소년 쁘레시디움 순방 훈화도
■92년 5월 12~16일

필리델피아 한인 천주교회 레지오 단원 피정 및 실무교육을 실시했다.

■92년 6월 1~3일

뉴욕 브롱스본당 전 단원 피정 및 교육

■92년 6월 15~16일

인꼴라 마리애(Incola Mariae) 승인서를 접수하고 알래스카로 출발 준비했다.

■92년 6월 17일

N.W.A.839편으로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도착했다.

■92년 6월 18~21일

앵커리지 한인 여성 제1차 꾸르실료 자원봉사

■92년 6월 22일

은총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장인 강 헬레나 자매(바다의 별Cu 단장)와 향후의 활동 계획을 협의하고 수립했다.

■92년 6월 23일

교통사고 환자인 대세자 권태력(마리아 막달레나) 자매의 병문안을 가서 위로, 격려, 기도해 드렸다.

■92년 6월 24일

한인 레지오 간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활동 계획 수립).

■92년 6월 25일

앵커리지 미국인 꾸리아 간부 4명과 한인 꾸리아 간부 4명이 합동 연석회의를 가졌다. 인꼴라 단원들의 향후 활동 계획을 수립, 완료했다.

■92년 6월 26일

앵커리지 시내에서 자동차로 달려 30분 정도 소요되는 이연희(마리아ㆍ94세) 할머니가 계신 산 기슭에 위치한 양로원을 찾아갔다.

이 할머니는 작년 91년 8월에 레지오 단원 교육을 위해 앵커리지 체재 중에 이 양로원을 방문하여 처음 만났다. 그때 우리가 갔을 때 할머니는 방에 계시지 않고 성당에 가셨다고 했다. 양로원 안에 있는 경당을 찾아갔더니 마침 성체분배 중이었다. 서양 노인네들 속에 단 한 분의 동양 할머니가 계셨다. 휠체어를 타고 계신데 기력이 전혀 없으셔서, 성체를 모시기 위해서 입을 벌리지 못할 만큼 쇠진해 계셨다. 나는 말없이 할머니 휠체어 곁으로 다가가서『할머니, 성체 모셔야지요, 입을 약간만이라도 벌리세요』했지만 입을 벌리지 못하신다. 안타까워 또 귀에다 대고『입을 벌리세요. 성체 모셔야지요』 이렇게 두 번 더 말씀드렸더니 겨우(억지로) 안간힘을 다해 입술을 약간 벌렸다. 가까스로 성체를 받아모시고 미사가 끝나자마자 나는 휠체어를 끌고 아까 물어서 찾아갔던 그 방으로 모시고 돌아왔다.

지구상의 최북단 동토의 나라, 이 알래스카의 한 산골짜기에 어이하다 우리 한국인 할머니가 서양 노인들 틈에 함께 하고 계신가를 생각하면서 자리를 뉘어드렸다. 워낙 고령이시라 허리가 거의 1백20도로 굽혀진 채 펴지지를 않아 이불로 등을 받쳐드리어 평안한 자세로 모셨다. 자세히 보니 아직도 성체가 그대로 입 안에 있었다. 즉시 물컵에 스트로를 꽂아서 물로 넘기시게 도와서 겨우 넘기셨다. 그리고 나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묵상하며 주 성모님께 기도드렸다.

손 끝도 꼼짝 못할 만큼 기력이 쇠진하신 이 할머니! 이 연세가 되시도록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계셨을까?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들은 그 옛날 얼마나 큰 고초를 겪으며 살아왔던가? 춘궁기에 자식들을 먹이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시던 그때의 어머니들을 기억해 보면서, 그토록 소박한 우리의 어머니들이 소망하던 바를 생생히 떠올리면서, 이 할머니 역시 그런 정 많고 사랑 많던 어머니였을 것이라고…. 주님의 크신 사랑으로 여생을 잘 거두시도록 기도드렸다. 그 할머니를 10개월 만에 다시 아내와 함께 찾아뵈러 갔던 것이다.

이 할머니에 대하여 얘기를 듣고 잘 알고 있는 집사람이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나는 허벅지를 만져 드리는데 갑자기 내 손을『탁!』하고 치신다. 내가 좀 세게 주물러 드려 아프셨던가 보다. 나를 치실 정도로 원기가 많이 회복되셨다. 2시간 정도 함께 지내면서 응답없는 대화를 나누며 집사람과 함께 돌봐 드리다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중에서 우리 부부는 누가 먼저 죽어야 할까? 누가 뒤에 남아 마지막 가는 길 잘 뒷바라지 하고 남은 쪽이 저 할머니처럼 고독한 삶을 살 것인가를 점쳐보면서 어느덧 앵커리지 시내에 접어들었다.

강OO 자매(32세ㆍ유방암 환자) 댁을 방문하여 위로ㆍ격려ㆍ기도하며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고, 고통 중의 자매님과 그 가족과 함께 사랑을 나누었다. 정신적으로 잘 이겨내야겠고 꼭 낫는다는 신념으로 투병할 것을 강조하며 보람된 시간을 나누었다.

■92년 6월 27일

주교좌 성당의 소년 쁘레시디움인 천사들의 모후 쁘레시디움을 순방했다.

단원 15명 중 4명이 출석했다. 진지하고 실질적인 활동 보고가 매우 훌륭했다. 전반적인 쁘레시디움 운영이 양호하나 출석률이 저조하여 유감이다. 어린 시절부터 성모님의 군사로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자 훈화를 했다.

『어린 시절부터 레지오에 관심을 두고 단원이 되었다는 것은 성모님의 특별하신 은총이다. 어린 시절부터 레지오 정신을 가다듬어 내 마음에 심는다면 한 평생 주님의 사랑 받는 자녀로서 충실하고 보람된 인생을 살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 다른 많은 소년ㆍ소녀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 나쁜 장소에서 잘못 어울려 나쁜 짓을 하는 애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좋은 몫을 택해 아름다운 곳에서 보람된 시간을 갖고 있다. 꾸준히 노력하면 기도하는 단원, 쁘레시디움 주회에 항구하게 출석하는 단원이 되어 기쁨과 보람의 어린 시절을 장식하자』